친환경농업, 유급 생산관리자 도입 절실

고령화 및 업무 과중에도 무보상
생산관리자 대상 동기부여 절실
‘생태친화적 농업관리’ 전환필요

  • 입력 2018.04.08 11:31
  • 수정 2018.04.08 18:2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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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지난 5일 전라북도 전주시 전북생물산업진흥원에서 개최한 친환경 농축산인증 생산관리자 교육 모습. 생산관리자는 대부분 고연령대에 많은 업무에도 이렇다 할 보상 없이 일한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제공

친환경농민 대상 생산관리자 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 현행 생산관리자 제도를 관리자들의 동기 부여 및 진정한 친환경농업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단 주장이 제기된다.

생산관리자 제도는 친환경농민 5인 이상이 모인 단체들의 농사 과정을 관리·지원하기 위해 2015년 1월 마련된 제도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조재호, 농관원) 또는 농관원이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수료한 사람에게 생산관리자 자격이 주어진다. 생산관리자의 주된 역할은 친환경인증 농가에 생산지침서 제공, 소속농가 교육, 예비심사 실시 등이다. 현재 인증 생산자단체 979개소에서 962명이 생산관리자로 활동 중이다.

생산관리자들의 직접 관리를 통해 친환경농가를 지원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현실적으로 제도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대체로 영농조합이나 작목반 대표들이 생산관리자 일을 같이 맡는 경우가 많아 업무량이 과중되는 문제가 있다(835개 단체 대표가 생산관리자 겸직). 게다가 생산관리자 대다수가 고령이라 농사지으면서 관리업무까지 도맡는 것도 어렵다.

무엇보다 이들 생산관리자들은 적지 않은 업무량에도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동기부여가 잘 안 되는 상황이며, 관리 측면에서도 체계적인 농가 관리가 힘들다. 농가들은 농가들대로 영농일지, 생산계획서, 농자재 구입 증빙서류 등 온갖 복잡한 서류들을 관리하는 데 대한 어려움이 크다.

이에 친환경농업계 관계자들은 생산관리자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7일 친환경농업계 관계자들과 농식품부 업무담당자들이 세종시에서 진행한 ‘친환경농업정책 실무협의회 워크숍’에서도 이 이야기가 나왔다. 김영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영재, 친농연) 정책기획실장은 이 자리에서 “친농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증 생산자단체 중 단 한 곳에서 매월 10만원씩 생산관리자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걸 제외하면 아직 보수를 별도로 받는 생산관리자가 없다. 생산관리자에 대해 엄연한 서비스 제공자로서 보수를 지급하고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농사를 관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농연은 지속적으로 생산관리자 제도의 개선을 주창해 왔다. 특히 생산관리자에 대한 급여제공과 함께,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 차원에서 농고·농대 출신 청년 귀농자를 대상으로 일정기간 교육 후 생산관리자로 지정해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인건비를 지원하자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리고 이들로 하여금 친환경농사 과정의 사전 위험요소를 관리하게 하자는 것이다. 생산관리자에게 동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고 농민들은 지속적인 관리를 받으며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자는 게 친농연의 입장이다.

‘생산관리자를 관리하는 기구’로서 인정기구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선 농관원이 그 역할을 담당하는데, 농관원은 생산계획서, 영농일지 등의 서류 검토 및 잔류농약 검출 등의 업무를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생산관리자들도 농관원의 방침에 따라 서류 검토 및 농약 검사 위주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임석호 한국친환경인증기관협회장은 “생산관리자 제도가 잘 운영되려면 우리나라처럼 서류 검토와 농약 검출 위주의 업무를 진행할 게 아니라, 친환경농사를 통해 그곳의 생태계가 얼마나 발달했는지 확인하는 실제적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재배지에 천적이 나타나는지, 거미줄이 있는지, 지렁이는 있는지, 잡초는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인증제도에선 이런 부분이 등한시된다”고 했다. 사후관리의 경우도, 몇 년 간 친환경농사를 진행했음에도 그러한 생태복원 현상이 없다면 불고지 심사로 문제점을 확인하는 등 중점관리 대상 농가들을 별도로 둬 관리하고, 생태계 복원이 잘 된 곳의 경우는 굳이 더 방문할 필요가 없단 것이다.

세계 각국의 유기농업 제도에 근거를 제공하는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에선 인증심사원들이 잔류농약 검사를 하지 않고, 대신 기본적인 유기농업 원칙 관련 체크리스트를 정하고 농민들이 그것에 충실하게 농사를 짓는다면 딱히 문제 삼지 않는다.

임 회장은 또한 “친환경농업 단체인증 대상 농가를 공동출하 단체로 한정하고, 인증 받은 단체들은 생산계획서와 영농일지의 단일화 및 농자재 공동구매·공동관리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생산계획서는 굳이 단체 소속 모든 농민들이 다 쓰지 않아도 됨에도 일일이 다 쓰게 했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생산관리자가 생산계획서 등 주요 서류를 작성할 수 있도록 업무를 일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산관리자의 역할 및 책임은 강화하고 단체인증 받은 농민들은 양심적으로 편하게 농사지을 수 있도록 만들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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