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국제통상에서 농업이란

  • 입력 2018.04.06 09:56
  • 수정 2018.04.06 09:59
  • 기자명 임영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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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개정협상이 타결됐다. 주요 내용은 미국의 철강 관세부과 조처에 대해서는 관세면제, 화물자동차의 수입관세 철폐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 투자자 소송 남용 방지를 협정문에 반영, 마지막으로 미국 농산물의 추가 개방 없음 등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낸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국제 통상협상에서 그것이 양국 간이든 다자간이든 상대 국가에게 우리의 농업은 인질처럼 보이는 것이 과한 생각일까. 협상 상대는 우리 농업을 인질로 해서 표면적으로 농업의 추가 개방을 요구하며 실제로는 다른 산업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소위 수출 효자 산업이 볼 때 농업분야는 썩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농업으로 인해 자신들의 산업이 국제무대에서 더 큰 이익을 누리지 못한다고 내심 불만에 차있을 수 있다.

하지만 농업은 단순히 산업의 한 분야로만 접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의 농업은 하나의 산업을 넘어 주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식량주권이란 말은 너무나 진부하지만 그만큼 국가운영에 절실하고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 그렇게 돼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 농업이 완전히 무너지고 먹거리를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면 현재 국제 곡물가격의 비탄력성까지 고려해봤을 때 우리나라 자체가 농수산물 수출국이나 거대 곡물자본의 인질 내지는 볼모가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국가가 지불해야할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따라서 농산물 개방을 막아낸 것은 단순히 이로 인해 손해 본 다른 산업의 불이익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국익의 관점 내지 식량주권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러한 국익의 관점에서 본다면 정부의 통상협상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이해당사자나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됨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특히 농업과 같이 농민들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더욱이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소수의 협상 담당자 내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협상정보를 공유할 뿐 공개를 꺼려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례로 정부는 2015년 1월 1일부터 쌀 관세화를 시행하기 위해 쌀 관세율을 513%로 하는 쌀 양허표 수정안을 2014년 9월 30일 세계무역기구 사무국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회원국은 우리의 쌀 양허표 수정안이 공식 회람된 이후 3개월간 양허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이의를 제기할 경우 우리나라는 모든 이의가 철회될 때까지 이의제기국과 양자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관련기사에 따르면, 정부는 쌀 수출국인 미국, 호주, 베트남, 중국, 태국 등과 계속 관세율 협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체의 정보도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다. 과거 쌀 관세율 협상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한 적이 있으나 정부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더욱이 쌀 관세화에 따른 저율의 시장접근물량 수입 쌀 중 밥쌀용 쌀의 비중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한 적도 있었는데 이 때도 정부는 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가 기사를 통해 밥쌀용 쌀 수입물량을 연도별로 언급한 사실이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통상관련 정보의 공개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농업과 같이 직접적인 피해 농민이 존재하고 나아가 식량주권의 문제와 결부된 분야일수록 이해관계인과 국민들에게 그 협상내용을 공개하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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