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용 유기농지 보상 강화해야

음성군 유기농지, 산업단지 조성으로 사라질 판
현행법 상 관행농·유기농 영농손실 보상액 동일

  • 입력 2018.03.30 21:38
  • 수정 2018.03.30 21:4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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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충북 음성군 대소면 성본리 주민 최재근씨가 지난달 26일 산업단지 조성으로 강제수용될 위기에 처한 유기농지 앞에서 상황을 설명 중이다. 사진의 농지는 한때 한살림연합에 공급할 유기농 벼를 생산했던 고(故) 최재명 선생의 경지. 최 선생은 성본리 유기농 발전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충북 음성군의 유기농지가 산업단지 조성으로 사라질 위기인데 지역 농민들은 보상도 제대로 못 받게 생겼다. 관행농업 대비 유기농업의 비용 및 농사 과정에서 드는 노력, 그리고 유기농지의 높은 가치를 따질 때 그에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관행농지와 다를 바 없는 보상 수준이 문제로 지적된다. 근거 법령이 없기 때문이다.

음성군(군수 이필용)은 대소면 성본리와 금왕읍 유포리 일대에 대규모 산업단지인 성본산업단지를 세우려는 계획을 2013년부터 추진 중이다.

문제는 산업단지의 입지가 30년 넘게 지역민들이 유기농업을 실천해 온 곳이란 점이다. 약 120만평의 농지가 고스란히 산업단지 부지로 들어갈 위기에 처해 있다. 성본리와 유포리 농민들은 오랫동안 유기농법을 실현해 왔다. 특히 국내 최초로 왕우렁이 농법을 실시한 곳이 산업단지 예정 부지 내에 있다.

주민들은 2013년 이후 오랫동안 산업단지 건설 반대투쟁을 했다. 그러나 장기간의 싸움 과정에서 투쟁동력 약화를 막기 어려웠다. 주민들은 고령이었고 젊은이들은 점차 마을을 떠났다. 음성군 및 기업들은 기어이 이곳에 산업단지를 건설하겠단 입장이다.

산업단지 건설을 추진한다면, 농민들이 유기농사를 못 짓는 데 대한 보상이라도 제대로 하란 게 농민들의 현재 생각이다. 연간 평당 5,600원씩 2년치를 지급한다는 게 음성군의 영농손실 보상계획이다. 이는 관행농가에 대한 영농손실 보상액과 차이가 없다.

성본리 주민 최재근(67)씨는 “유기농법 시행을 위해 관행농가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들여왔고, 왕우렁이 농법 등 다양한 실험을 해 왔으며, 실험 과정의 시행착오로 인한 추가비용을 감안할 때 현행 영농손실 보상액 수준은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이어 “성본산업단지 측은 오는 6월부터 공사를 시작하려고 우리에게 경작을 금지하란 통보를 내렸다. 그 과정에서 농사를 포기한 농가도 속출했다”고 증언했다.

마을에 가 보니, 과거 국내 최초로 왕우렁이 농법을 시행했던 농장은 폐허였다. 곳곳에 이곳이 산업단지 공사 예정지임을 알리는 빨간 깃발이 꽂혀 있었고, 영농활동 중단 통보 플래카드도 걸렸다. 유포리 주민 조성극(58)씨는 “영농활동을 중단하면 우리와 같은 유기농민들은 최소 5년간은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다시 새 토지를 찾아야 하고, 그곳에서 친환경인증을 받는 데도 5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 5년 동안 우린 뭘 하며 살아가야 하냐”고 했다.

현행법상으론 친환경농가의 영농손실에 대한 보상액 기준을 관행농가의 그것과 분리해 책정하는 기준이 없다. 영농손실 보상 내용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근거하며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 국토부) 소관이다. 법 개정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손영준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은 “현재 국회에 토지보상법 개정안이 여러 건 올라와 있으나, 유기농지 보상 관련 내용을 특정해 거론한 법안은 없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및 정의당 농민위원회에 이 내용을 특정해서 개정안을 올리자고 제안한 상황”이라며 “최근 개헌 논의 과정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 관련 논의가 활발한데, 친환경 인증 농지는 농지 자체의 공익적 가치가 높은 만큼 그것을 유지해 온 농가엔 그에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관기관인 국토부 및 정치인들도 이 문제에 그 동안 관심이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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