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는 퇴비 원료 배합비율 표시제

퇴비 원료 성분 유동성 간과하고 표시 강제
사료관리법·식품위생법 상엔 없는 조항

  • 입력 2018.03.11 12:10
  • 수정 2018.03.11 19:41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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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부산물비료(퇴비)의 원료에 대한 배합비율 표시 의무화 조항을 법조문에서 삭제하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흙살림(대표 김행숙)에선 비료관리법 시행규칙 별지 제18조 서식 5번 항내 배합비율 표시 조문의 삭제 청원운동을 진행 중이다. 현행 비료관리법은 퇴비포장지에 생산업자 보증표시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며, 특히 부산물비료·유기질비료·제3종 복합비료에 대해선 원료명과 함께 원료배합비율을 표시하도록 한다.

문제는 이 배합비율을 그대로 지키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원료배합비율 표시 대상인 부산물비료와 유기질비료는 그 원료 성분에 온갖 변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 퇴비는 오랜 발효기간을 거치며 수분함량 등의 성분에 변화가 생겨, 초기 배합비율을 포장단계까지 지속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현행 비료관리법은 퇴비 제조 과정의 성분 유동성 문제를 간과하고, 단 1%라도 배합비율과 실제 성분의 차이가 있으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심지어 최근엔 포장지에 적힌 배합비율과 실제 배합비율이 차이가 난단 이유로 일부 업체 대표가 경찰에 사기죄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에선 퇴비에 대해 배합비율 표시를 강제하지 않는다. 유럽연합(EU)과 일본에선 보증성분량만을 퇴비 표지에 넣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비료관리취제법 상에선 가장 많은 양의 보증성분부터 차례대로 표시하게 할 뿐, 배합비율에 대한 규정은 전혀 두지 않는다.

멀리 갈 것 없이, 국내의 농업분야 유사법안들에서도 배합비율 관련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비료와 마찬가지로 원료 성분 관련 규정이 있는 사료관리법 및 식품위생법 상에서도 배합비율 표기 의무 규정은 없다. 마찬가지로 일반 비료도 배합비율 관련 규정이 없어, 여러모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사료관리법 상에선 공장 사정에 따라 원료 배합비율이 달라질 수 있단 걸 인정한다.

이에 흙살림 및 농업계 전문가들은 비료관리법 시행규칙 상에서 원료배합비율 표시 조항을 삭제할 것을 주장한다. 최소한 배합비율을 특정 수치에 맞추도록 규정할 것이 아닌, 일정한 범위를 두는 방향으로 고쳐가는 게 필요하단 입장이다. 

흙살림 윤성희 전무이사는 “현행 비료관리법의 배합비율 관련 규정은 비율을 따지는 기준이 무게인지, 부피인지에 대한 정의마저도 정해놓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0.1%의 배합비율만 오차가 나도 비료 제조업자나 농민을 범법자로 몰아버리는 게 현행 법체계이다. 현행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퇴비나 유기질비료 제조업체 대부분 범법자로 몰릴 것”이라 말했다.

안치홍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 사무관은 “지난달 19일 충북도청에서 있었던 농정개혁위원회 전국 공청회에서도 농민들 및 전문가들이 배합비율 조항의 비현실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향후 좀 더 많은 농민들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의 정확한 방향을 잡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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