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도 유기농의 가치를 알건만…”

[인터뷰] 정부환 한반도유기농배영농조합 신임 대표

  • 입력 2018.02.25 02:16
  • 수정 2018.02.25 02:22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상남도 산청군에서 22년째 유기농 배 농사를 짓는 정부환 한반도유기농배영농조합 신임 대표. 그는 지난 2일 한반도유기농배영농조합(영농조합)의 신임 대표로 뽑혔다. 21일 직접 만난 정 대표는 오직 한국 친환경농업의 앞날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했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유기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에 대해 농장에서 골똘히 고민하다 밤을 샌 적도 여러번”이라던 그의 말에서, 유기농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정부환 한반도유기농배영농조합 신임 대표가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에 위치한 자신의 배밭에서 전지작업을 하고 있다.

유기농 배 농사 및 영농조합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대학교 졸업 후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다 귀농했다. 농사짓는 게 그저 좋아서 지금까지도 유기농 배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러나 판로 문제로 인한 고민이 컸다. 원래 생활협동조합에서 이사로 있으면서 어느 정도의 물량을 공급하다 그만두고 나왔다. 그 뒤 나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유기농 배의 판로 문제로 고민하는 농민들이 모여 2013년 영농조합을 결성했다.

2일 총회 때 신정훈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을 만난 걸로 안다. 무슨 이야기를 했나?

신 비서관도 전남 나주 출신이고 배 농사를 짓다 보니, 배 농가들이 모여 영농조합을 꾸린 데 대해 관심이 많더라. 그래서 영농조합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듣고자 왔다고 했다.

신 비서관에게 몇 가지 건의를 했다. 우선 유기지속직불금의 확대를 주장했다. 최근 정부가 유기지속직불금의 3년 지원 기한을 폐지했다. 잘 한 일이다. 그러나 이에 더해 직불금액의 확대를 통해 더 많은 농민들이 유기농업에 뛰어들게 해야 한다는 게 내 첫 주장이었다.

이와 함께 농가와 학교 간 직거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서울시 친환경 학교급식에 배를 1kg당 5,500원으로 공급하면 학생들은 8,700원에 먹는다. 3,000원 가량이 중간 유통 수수료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공급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수수료가 많이 들어 학교로서도 비싼 값에 유기농 배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기농업의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 배밭엔 매년 가을마다 반딧불이가 나타난다. 이따금씩 멧돼지도 나타나는데, 멧돼지는 인근의 배밭엔 절대 안 가고 우리 밭으로만 온다. 반딧불이나 멧돼지도 이곳이 유기농을 통해 생태보전이 잘 된 곳이란 걸 안다.

그 동안 인간들은 땅과 바다를 오염시키는 데 사실상 동참해 왔다. 이에 대한 속죄와 함께, 오염된 땅을 회복시키자는 이유로 유기농을 시작했다. 유기지속직불금은 유기농을 통해 생태환경을 개선·보전하는 농민들을 정부가 책임진단 의미로서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유기농에 뛰어드는 농민들도 늘어난다.

현재 정부의 친환경농업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정부의 유기농업 정책은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방점이 찍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기농의 본래 가치인 ‘생태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농업’은 오히려 경시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생협도 유기농의 가치를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맞추는 듯하다. 내가 기존에 하던 생협 활동을 그만둔 것도 유기농 가치에 대한 관점 차이로 인한 갈등 때문이었다.

관점의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친환경농업은 환경을 살리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럼에도 친환경농업의 목적을 ‘안전한 먹거리 생산’으로만 여기는 듯한 현 상황이 답답하다. 멧돼지와 반딧불이도 아는 유기농업의 가치를 정작 사람들이 모르는 듯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