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농, 직불금 신청 더 까다로워진다

매년 똑같은 땅 농사지어도 매년 ‘임대차 계약서’ 제출하라?
농식품부, 부정수급 방지 … 타인 소유 농지 확인 ‘강화’

  • 입력 2018.02.25 01:00
  • 수정 2018.02.25 01:1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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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민의 60%가 임차농인 현실 속에 직불금 부정수령 문제는 만성화 되고 있는 가운데 직불금을 받았던 동일 임차농지에 대해 ‘임대차 계약서’를 매년 제출하라는 지침이 내려와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 경주의 한 농민이 오는 28일 마감인 ‘직불제 단체 신청’을 앞두고 하소연을 쏟아냈다. 이 농민은 마을 통장인데 직불금 단체 신청과 관련해 지자체 담당자로부터 ‘매년 임대차 계약서를 지참하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직불제 부정수령으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타인 소유 필지에 대한 확인을 강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배경이었다.

이 농민은 “임차농민과 지주가 매년 계약서를 쓰는 것은 농촌현장에서 드문 일이다. 계약서는커녕 구두로 올해도 농사를 짓는다는 확인을 하거나 아무 말 없으면 또 한해 더 짓는구나 하지 않냐”면서 현실을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까지만 해도 처음 임차해서 경작을 시작한 농지의 직불금 신청 때에나 △관내 경작 사실확인서 △농지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했고, 이듬해부터 동일한 농지에 대해서는 이런 서류를 별도로 준비해 제출하지 않고 직불금 신청서에 도장을 찍으면 절차가 끝났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작년에 직불금을 받았던 농지라 하더라도 직불금 신청서는 물론 ‘임대차 계약서’ 첨부가 필수가 된 것이다. 이에 지역에서 항의가 일어난 것은 당연했다.

이 농민의 설명에 따르면 실무적으로 매년 임대차 계약서 제출이 어렵다고 공감한 지자체서는 일종의 편법을 써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본인이 책임을 진다’는 확인을 받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근의 대부분 마을에서는 ‘원칙대로’ 임대차 계약서 제출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그는 “임차인 입장에서 매년 계약서를 갖추는 게 번거로울 뿐 아니라 지주를 성가시게 해서 득 될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왜 임차농민의 의무가 더 늘어나는지에 대한 의문도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 농가소득안정추진단 관계자는 이같은 현장의 논란에 “반드시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만 직불금 신청 프로그램 상에 임대차 계약기간을 반드시 기록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불거진 ‘임대차 계약서 필참’ 논란은 “직불제 신청 유의사항 공문을 시·도에 발송했고, 이 공문이 시·군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특히 “직불금 신청프로그램에 계약기간을 기록하는 것은 계약서가 아니더라도 땅주인과 전화로 확인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불금 부정수령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부재지주의 농지소유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양도세 감면 등의 혜택을 얻고자 실제 농사짓는 농민이 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직불금 부정수령을 근절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이래저래 임차농민들에 또 하나의 족쇄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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