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40~50대들의 반란! 농촌에도 ‘#미투’가 필요하다

  • 입력 2018.02.23 15:12
  • 수정 2018.02.23 15:16
  • 기자명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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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두 단어로 된 해시태그가 언론지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투(#MeToo)’다.

권력 있는 자들이 힘 없는 자들에게 자행한 성희롱, 성폭력에 대해 검찰에서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이 문화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성추행, 성폭력 피해자들이 오랜 시간 묵혀온 고통이 전 사회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제는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하나 둘씩 용기를 내면서 특히 40~50대 여성들의 제보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동안 권력에 의해 자행된 많은 성폭력과 성희롱 등은 폭로하면 오히려 약자인 개인의 문제로 치부돼 왔기에 사회적 신뢰가 그만큼 없었다는 것이 최근의 ‘#미투’운동으로 증명되고 있다.

40~50대는 그동안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로 나서면서도 정작 ‘나’를 위한 변화에는 주저함이 있는 세대이기도 했다.

배경에는 사회전반에 깔려 있는 가족 온정주의와 특히 유교관습 등 가부장적인 한국사회 문화가 중심에 있었다는 것에 그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한국의 유교적 제사문화와 가부장적 문화에 근거한 민족 고유의 명절이다.

그래도 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옛날 어머니들에 비해 지금의 며느리들은 따뜻한 방에 따뜻한 물이 나오고 온갖 전기제품을 사용할 수 있으니 복 받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을 옥죄는 (특히 농촌지역의) 가부장적인 성차별 문화는 많은 여성들이 농촌에 정착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명절만 되면 부부싸움이 많아져 이혼율이 증가하고 시댁과의 갈등도 증폭된다는 기사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민사린씨의 신혼생활 이야기를 담은 <며느라기> 웹툰이 큰 인기를 끌더니 이번 명절을 앞두고는 다큐멘터리 영화인 <B급 며느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많은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한 연일 보도되는 “며느리 사직서를 냈다”, “졸혼을 선언했다”, “올해는 시댁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한 여성들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20~30대거나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뼈 속까지 박혀있는 농촌에 살고 있는 내 주위의 언니들은 일은 일대로 하면서 제대로 대접도 못 받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맏며느리가 아니면서도 온갖 시댁일은 도맡아 하는데도 늘 시부모님들은 돈과 선물을 들고 가끔씩 들리는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항상 웃는 얼굴로 늘 뭔가를 해주지 못해서 안타까워 하지만 정작 가까이 있는 며느리에게는 “수고했다, 고맙다” 말 한 마디 조차 없다. 이를 보는 나는 늘 언니들에게 할 말은 하고 살라 하지만 정작 나 자신도 시댁을 향해서는 종종 할 말을 못하기도 한다.

이제까지 나를 비롯한 40~50대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른바 직장이나 사회에서는 성평등을 외쳐오면서도 정작 가족관계에서는 스스로를 희생시켜 가족의 화합을 도모해왔다. 하지만 좋은 며느리, 좋은 아내를 자처하면서 슈퍼우먼으로 포장하는 착한 며느리 콤플렉스, 이제는 NO!

농촌에 사는 우리도 20~30대 여성들과 도시의 여성들처럼 시월드의 착한 며느리 사직서, 시댁에 할 말하는 며느리, B급 며느리에 대해 이제는 당당히 ‘나’를 위해 ‘#미투’를 외쳐보자.

어떨 때는 젊은 세대 여성들이 이기적일 정도로 자기중심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나’를 변화하기 위한 ‘#미투’운동을 시작해보자.

해마다 명절 준비를 위해 차례음식 등 하루 종일 장만하면서 늦게 오는 다른 동서들을 험담하는 분위기, 나와 동서들의 희생을 볼모로 가족들의 화목을 바라는 ‘나’를 돌아보며 이제는 정말 나부터 바꾸고 실천하기 위한 ‘#미투’를 외쳐봄은 어떨까?

올해도 역시나 말은 꺼내봤지만 들은 척도 안하는 시월드의 남성들을 보면서 20~30대와 나의 주장을 당당히 이야기하는 여성들처럼 착한며느리 사직서, B급 며느리를 자처하며 이제는 농촌에서도 당당히 성 평등한 명절, 성 평등한 농촌사회를 위한 ‘#미투’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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