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항체검사, 방법부터 현장에 맞게 고쳐야

다음달부터 자돈 구제역 백신 접종 2회로 … 이상육 발생 등 우려
확인검사 생략 가능 고시안에 “농가 요청에 따라 실시해야” 목소리 커

  • 입력 2018.01.28 10:40
  • 수정 2018.01.28 22:2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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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다음달부터 자돈의 구제역 백신 접종 횟수가 사실상 2회 적용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따른 이상육 발생 문제가 우려되는 가운데, 항체검사 방법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부터 구제역 백신이 다변화된 상황에 맞춰 구제역 항체검사 방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실적이지 않은 검사방법에 억울한 농가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9일 구제역 방역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항체양성률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다음달부터 돼지 비육돈(자돈)은 구제역 백신 접종 횟수가 기존 1회에서 2회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한한돈협회는 22일 농식품부에 “백신 2회 접종을 시행하면 살충제 파동에 버금가는 돼지고기 이상육 문제에 직면할 것이 우려된다”라며 “피내접종용 구제역 백신 공급 등 이상육 절감 대책이 마련된 뒤에 비육돈 백신 접종횟수가 조정돼야 한다”고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면서 “백신별로 SP항체 양성률이 차이가 나는 점을 고려해 1회 접종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내는 백신은 1회만 접종하도록 권장하는 완충책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접종 횟수가 늘며 현장에서 정확한 백신접종이 현실적으로 더 힘들게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국의 돼지 사육마릿수는 월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1,000만두가 넘는다. 200일 전후로 출하하는 비육돈을 시기를 달리해 정확히 2회를 접종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백신업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백신 접종은 돼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정확하게 붙잡고 놓아야 한다. 그런데 수가 많은 자돈은 돈방 한쪽으로 몰아서 접종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백신을 정확하게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2월을 끝으로 구제역이 농가에서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구제역 백신 항체양성률 분석 결과를 보면 소는 평균 96.4%, 돼지는 76.7%의 항체양성률을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정부의 강도 높은 방역관리와 함께 농가도 적극적으로 백신접종을 한 노력의 결과다”라면서 “구제역 과거 감염항체(NSP) 검출농장도 지난해 33호로 2016년 180호에서 크게 감소했다”라고 자축하는 분위기다.

항체 양성률의 개선은 지난해부터 구제역 백신이 다변화된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기존 베링거인겔하임사(메리알)의 백신주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캄포스주 백신(케어사이드), 러시아 프리모스키주 백신(동방)이 각각 지난해 5월과 11월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의 구제역 백신 검사 방법은 종전 단일 백신주의 기준에 맞춰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의 개정고시에 따르면 백신 항체양성률 기준치 미만인 농가를 대상으로 한 확인검사를 ‘혈청검사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확인검사 시료채취기준에 따른 검사두수 이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경우’ 생략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안용준 동방 마케팅부장은 “현재 SP항체 키트 검사는 항체의 유무를 볼 뿐 백신의 효과를 뜻하는 게 아니다”라며 “키트검사도 각 백신회사의 백신주에 맞는 키트로 검사해야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선 SP항체 검사에서 억울하게 불합격한 농가가 나올 수 있다. 바이러스와 직접 접촉해 백신 효과를 보는 중화항체 검사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돈협회 역시 농가 요청에 따라 중화항체 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고시안을 수정해야 한다며 “백신접종시 실제 방어력과 밀접한 중화항체가는 양호하나 SP항체가는 낮게 나오는 사례가 있다.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만큼 현명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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