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은행 재계약 임차농지, 청년우선권 안준다

농어촌공사, 지난해 청년농민 임대차 22% 목표달성에 ‘무리수’
청년농민 육성 좋지만 토박이 농민 역차별 없어야
농식품부 “올해 재계약 임차농지, 경작농민 우선하겠다”

  • 입력 2018.01.19 20:42
  • 수정 2018.01.19 20:58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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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정부의 청년농민 육성정책이 ‘과유불급’ 우려를 낳고 있다. 청년농민들의 농촌안착을 돕기 위해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수년간 임대차계약을 해왔던 토박이 농민들의 농지마저 청년농민 몫에 할당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경기도 지역의 A농민은 지난해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정승, 농어촌공사)를 통해 임차를 해 왔던 500평 농지 재계약을 하러 갔다가 뜻밖의 말을 들었다. 정부의 청년농민 육성정책에 따라 농지임대차의 우선순위가 청년농민이며, A농민의 땅은 규모가 작아 재계약을 해 주겠지만 내년부터는 컴퓨터 프로그램 상에서 기존 농민들의 재계약이 불가능할 것이란 설명이었다.

A농민은 “순차적으로 재계약을 앞둔 농지들이 있어 이대로라면 내 뜻과 상관없이 농사규모를 줄여야 한다”며 “농사지으면서 늘어난 빚을 농사규모를 키워야 충당할 수밖에 없는데 막막하다”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정부가 청년농민 육성정책을 강화하면서 농어촌공사를 통해 농지를 임차해 수년간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재계약을 못하는 등 불이익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벼수확이 한창인 전남의 한 들녘.

지난해 6월부터 청년농민 농지지원 ‘우선’

이 지역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은 2012년부터 본격 시행된 제도다. 지난해부터 청년농민 육성에 정책 초점이 모아지면서 농지임대차에 대한 지원요건도 이를 반영해 6월 이후 청년농민이 1순위로 변경됐다”고 현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땅주인과 임차농이 사전에 협의를 하고 농어촌공사에 온다. 땅주인 입장에서도 농사경험이 없는 청년농민에게 임대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많았기 때문에 청년들이 농지를 얻기 힘든 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임차농지의 청년 우선배정 배경을 풀이했다.

충청지역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각 지사별 청년농민 임대차 목표가 22%였다. 이걸 채우는 게 만만치 않았다”면서 “그러다 보니 기존 경작하던 농민들의 재계약을 그대로 유지해주기 보다는 청년농민과 새로 임대차 계약을 맺게 했고, 이 과정에 농사를 이어가려던 농민들의 반발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가 더 걱정이다”면서 “지난 1일부터는 땅주인이 임대하려는 농지는 무조건 농어촌공사 농지은행 홈페이지에 공시된다. 어떤 조건으로 땅을 몇 년간 내놓겠다는 정보를 전국 어디서든 볼 수 있는데, 임차를 하는 농민들이 인터넷으로 임차의사를 밝히는 시스템이다. 여기엔 5가지 순위가 정해지는데 시군에서 선정하는 청년창업형 후계농업인이 1순위, 2030세대 청년농민 2순위, 후계농업인 3순위, 귀농인 4순위고 공사에서 선정한 전업농민 등이 5순위다. 인터넷 활용도면에서도 청년농민들이 월등하고 게다가 정책적으로 1순위 혜택까지 부여하니 고령농민들을 비롯해 기존 경작농민들에게 재계약이 불가하다는 사실에 대해 더 많이 양해를 구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정책목표 달성기준도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고 고충을 전했다. 후계농민을 유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자칫 세대갈등까지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농식품부 “재계약시 경작농민 불이익 없도록 논의”

농림축산식품부는 청년농민들의 정착을 위해 농지지원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농식품부 농지과 이수열 과장은 “지난해 청년농민 임대차 목표 22% 보다 올해 더 상향하려고 한다. 정부가 고령농·은퇴농들의 농지를 적극 매입하고 있어서 신규농지가 확대된다. 올해만 해도 1,270ha 매입이 예정돼 있어 농지의 총량이 늘어나면서 기존 농민들 중 임대차 후순위에 밀려 불이익을 받는 것은 일부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축소했다.

그러나 농지과 백재관 사무관은 “지난해 농어촌공사에서 재계약농지까지 청년농민들에게 우선 임대차계약을 맺어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농어촌공사와 회의를 하면서 신규농지는 100% 청년농민 우선배정을 원칙으로 하되 재계약농지는 기존농민들 의사를 우선토록 했다”고 다소 유연한 입장을 내놨다. 또 “농지은행 홈페이지에 임대농지 정보를 모두 공개하되, 재계약이 추진되는 상황을 함께 표기하거나 진행결과를 올려 기존 임차농민을 보호하는 시스템으로 조만간 수정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올해 청년농민 임대차 목표치 25% 상향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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