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헌법, 무엇이 담겨야 하나

[신년특집] 농민권리보장과 농민수당

  • 입력 2017.12.31 11:23
  • 수정 2017.12.31 11:5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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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새해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해 12월 24일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등지에서 모인 농민들이 폭설을 뚫고 전북 무주군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에 올라 “농민수당 도입, 농민헌법 제정”을 외치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최우선 목표 : 소득보장

농업계 개헌 요구 배경의 중심에는 땅바닥까지 추락한 농민의 삶의 질이 있다. 농업과 농촌의 보전에 관해서는 이미 현행 헌법 제123조에서 네 가지 항으로 다루고 있으나, 농가 평균소득 수준(도시가구 평균소득 대비 64.3%)과 그나마도 농업 외 소득의 비중이 농가소득의 3분의2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알 수 있듯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죽은 법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리하여 설정된 ‘농민헌법’의 최우선 목표는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국가의 수호 의무를 명확히 하고 농가소득을 끌어올려 농촌의 몰락을 막는 것이다. 노동계의 ‘최저임금보장제’와 같은 최소한의 농업소득을 보장하는 장치가 아직도 부재한 상황이기에, 농업계는 직접지불을 통한 소득보장의 명시를 농민헌법의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새 헌법에 소득보장이 명시될 경우, 지역에 따라서는 개헌 논의 이전부터 농민들의 요구를 받들어 이미 추진되고 있는 각종 농민소득 보장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전북·제주 등지에서 이미 걸음마 단계에 들어서 있는 일명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의 전국적 시행이 예상되고, ‘농민수당’, ‘국가공무원’ 등의 용어로 언급되고 있는 급여 소농의 등장도 기대해볼만 하다.

 

대접받는 농민

전국적인 농민헌법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김영호) 주도의 농민헌법운동본부는 개헌안 초안에 국민의 인권을 다루는 제34조에 ‘모든 국민은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 내용은 현재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채택 검토 중인 ‘농민권리선언’을 참고한 것으로, 국민의 기본 권리에 먹을 권리를 명시함으로써 식량의 생산과 공급이 국가의 기본 의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실제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의 역할을 부각시키기에 농민의 지위 향상과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 인정·농업에 대한 지원·농민의 자조조직 지원 등은 농민권리신장을 위한 방안으로써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만큼 대부분의 제안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농민헌법운동본부의 경우 여성농민들의 요구를 수용해 ‘여성농민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유명무실해진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의 개정에 탄력을 주기 위함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김지식, 한농연)의 경우 농민이 개방농정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조약을 다루는 제60조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제안은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협상권을 국회에도 부여하고, 이해당사자가 협상과정에 적극 참여해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국회가 그 실천 여부를 검증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자유전의 원칙 재설정

기존의 헌법에서 ‘소작제도의 금지와 임대차 및 위탁 경영'에 관해 다루고 있는 제121조의 수정 역시 농민 참여 개헌의 중요 과제 중 하나다. 우리나라 농민 가운데 임차농의 비율은 자료에 따라서는 60%를 넘어서고 있어 경자유전의 원칙이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이는 소작을 금지하는 1항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기준 없이 농지 임대의 허용 범위 설정을 하위법에 맡겨버린 2항과 그로 인해 등장한 농지법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농지의 상속인이 농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계속 농지를 소유하며 임대를 허용한 조항은 지속적으로 개정 요구를 받고 있다.

제121조의 수정방향 역시 농업계의 목소리가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 농민헌법운동본부가 제안한 초안은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의 인정을 ‘농민과 농촌의 생활상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범위 내로 한정했다.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위탁경영 농지의 규모가 커진 현실을 고려하되 정부에 농지 관리에 대한 의무를 부여해 임차농들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한농연 역시 자체적으로 마련한 초안의 3항(신설)에 ‘정부는 농지와 농어촌 공간의 합리적 이용 관리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해야한다’고 명시했다. 또 이에 따른 계획 수립 시 농업과 농촌의 가치 및 이익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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