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반대’ 나선 한국농민투쟁단

세계 농민단체 비아캄페시나, 각료회의 기간 동안 기자회견 열어
세차례 대중집회, 농민과 시민들로 ‘성황’ … “WTO 아웃” 외치며 행진도

  • 입력 2017.12.15 16:14
  • 수정 2017.12.17 13:55
  • 기자명 아르헨티나=심증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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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지난 13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WTO 반대 집회에서 한국농민투쟁단이 풍물을 치며 선두에서 행진하고 있다.

WTO 11차 각료회의가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된 가운데 한국 농민들이 지난 9일 현지에 도착해 WTO 반대투쟁의 목소리를 세계에 알렸다. 

‘농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 소속 농민단체가 중심이 된 ‘WTO반대를 위한 한국농민투쟁단(단장 김영호 전농 의장, 한국농민투쟁단)’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대표 등 16명으로 구성됐다. 이에 앞서 한국농민투쟁단은 지난 7일 인천공항을 출발하며 “WTO 쌀개방을 폐기하라, WTO는 농업에서 나가라, 신자유주의의 시대는 끝났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농민투쟁단은 9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 비아캄페시나 소속 농민단체들과 합류해 WTO 각료회의 기간 중 투쟁계획을 공유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투쟁은 세계농민단체 연대 조직인 비아캄페시나가 주도하고 아르헨티나 현지 농민단체인 MNCI(아르헨티나 전국 원주민 농민운동)가 주관했다.

이번 WTO 제11차 각료회의 반대 투쟁은 과거 집회 방식의 투쟁보다는 ‘민중정상회담’이라는 이름으로 컨퍼런스와 문화제, 대중집회 등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방문 첫날인 9일 오전, 한국농민투쟁단은 비아캄페시나와의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WTO 각료회의에 반대하는 입장과 이에 대응하는 투쟁계획을 밝혔다.

비아캄페시나는 기자회견에서 “WTO는 소농을 파괴해 왔다. 우리는 그들을 끝장내고자 한다. 회의기간 중 비아캄페시나 대표들은 WTO가 소농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폭로하고, 농업과 관련된 모든 논의 및 결정에서 WTO를 몰아내자는 우리의 오랜 요구를 꾸준히 전개할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 사회운동과 연대를 강화 할 것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세계농민운동의 통일적 구호로 ‘식량주권 실현, WTO는 농업에서 손을 떼라(WTO Out of Agriculture)!’고 외칠 것이다”고 밝혔다.

오후 4시부터는 아르헨티나 연방의회 광장에서 문화제를 겸한 제1차 집회가 밤 11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집회는 밴드와 가수들이 나와 열정적인 남미의 리듬에 맞춰 WTO 반대의 메시지를 노래로 전했다. 한국농민투쟁단은 밀짚모자를 쓰고 꽹과리, 북, 징을 가지고 나와 신명나는 풍물공연을 벌여 현지인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과거 칸쿤 투쟁, 홍콩투쟁 등을 통해 한국농민투쟁단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는 세계 농민들은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보였다. 집회 참가자들 역시 휴대폰을 꺼내들고 한국농민투쟁단의 행동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으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날 투쟁은 비아캄페시나 소속 14개국 100명의 농민들과 아르헨티나 농민과 시민 등 5,000여명이 참여했다.

12일 2차 집회는 오후 4시부터 연방의회 광장에서 열렸다. 비아캄페시나 소속 전 세계 농민들과 남미 전역에서 참가한 진보적인 사회운동단체들이 대거 참석해 각각의 주장이 담긴 대형 현수막과 깃발을 앞세우며 의회 광장으로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약 5,000여명의 군중은 의회 앞 광장에서 출발해서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의 상징인 오벨리스크 광장까지 3시간 동안 행진했다. 행진은 각국에서 준비한 다양한 공연들과 함께 진행됐는데, 한국농민투쟁단의 풍물공연에는 풍물가락을 익힌 몇몇 외국 참가자들이 북을 매고 함께하기도 했다. 

한국농민투쟁단은 풍물놀이 중간 중간에 ‘따운따운 떠불유티오’, ‘따운따운 유에스에이’, ‘따운따운 에프티에이’ 등 정광훈 전 의장이 만든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했다. 이곳 남미는 스페인권으로 영어 구호는 잘 알아듣지 못해 이 구호가 첫날에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으나, 12일부터는 의미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함께 외쳤다.

WTO 각료회의가 끝나는 13일. ‘WTO 아웃! 투쟁하는 민중과 함께 연대를’이라는 주제로 오후 4시부터 집회가 개최됐다. 가장 많은 인파인 20만명이 운집한 집회였다. 이날 대규모 집회의 배경엔 아르헨티나 국내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우파인 마크리 대통령이 집권 이후 좌파정책을 걷어내는 개혁으로 사회의 약자들 뿐 아니라 은행원들까지 들고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초래됐다. 

특히 연금제도 개혁은 은행원들과 퇴직자, 농민들까지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우려하게 만들었다. 영세농민들의 유일한 정부지원 정책인 모노뜨리부또(영세농민노령연금)가 5개월 전부터 지급 중단돼 농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13일 비아캄페시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 사회과학부 캠퍼스에서 민중정상회담 마지막날 일정을 마치고 집회에 참석했다. 사회과학 캠퍼스에서 출발해서 2시간여 가량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이라고 하는 오벨리스크 광장으로 행진했다.

오벨리스크 광장에는 20만명이 모여 아르헨티나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비판연설을 이어갔다. 집회의 중심구호는 “땅도 없고, 집도 없고, 직업도 없다. 개혁이 가난한 자들을 위협하고 있다”로 아르헨티나의 실태를 가감 없이 담았다.

비아캄페시나 참가자들은 오후 6시에 집회를 마무리하고 국제연대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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