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뭄에 경남 단감 농가 시름

규격에 못 미치는 작은 크기 대다수
인건비도 안 나와 수확 포기하기도

  • 입력 2017.11.24 15:52
  • 수정 2017.11.24 16:0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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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경남 김해시 진영읍의 단감 재배 농민 김진형(64)씨가 구석에 쌓아 둔 작은 단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씨는 극심했던 가뭄으로 판매를 포기한 단감이 전체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올해 경상남도의 단감 농가들은 규격에도 못 미치는 작은 단감이 생산량의 대다수를 차지해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6월 지독했던 가뭄의 여파인데, 심지어 농민들은 작은 크기의 단감은 가격이 낮아 인건비와 상자 값을 제하면 안 파느니만 못하다며 수확을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김해시에 따르면 올해 단감 생산량은 작년 대비 약 30%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김동환 과수특작팀 주무관은 “김해는 물론 진주와 창원 등 단감 주산지인 남부지역 강우량은 평년의 반에도 못 미쳤다”라며 “올해 김해시의 단감 생산량은 1만톤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김해시의 단감 생산량은 2년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뭄 뒤 수확기에 집중된 호우로 꼭지들림 및 연화증상이 심해 2015년 1만8,000톤보다 3분의 1 가량 감소한 1만2,000톤을 수확했기 때문이다. 김 주무관은 또 “단감 크기가 작은 데다 작은 감의 경우 가격이 좋지 않아 인건비 대비 농가가 기대할 수 있는 소득이 없기 때문에 수확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계속되는 이상기후로 경남의 단감 재배농가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에서 10여년째 단감을 재배중인 김진형(64)씨는 지난 20일 선별작업에 한창이었다. 하지만 생산한 단감의 절반 정도는 표준규격 크기 구분 중 제일 작은 3S에도 못 미쳐 판매를 거의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쪽 구석에 쌓아둔 단감을 보며 김씨는 “선별작업을 하다보면 크기가 큰 단감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몇 개 안 된다. 나머지는 다 작은 크기로 팔지 못하거나 팔 수 있더라도 상품성이 낮은 것 뿐”이라며 “단감은 5월에 꽃이 펴 6월부터 크기 시작하는 데 한참 커야 할 6월에 비가 전혀 안 와 이 사단이 났다”고 탄식했다. 또 “지난해 태풍의 경우 사실 피해 농가가 일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가뭄으로 진영의 단감 농가 대부분이 피해를 입은 상황”이며 “보험으론 보상도 안 되는데다가 큰 감의 경우 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올랐어도 작은 크기의 감들은 가격이 매우 낮아 판매를 해도 별 소득이 없어 농가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의 단감 선별장 모습. 수확한 단감 대부분이 소과인 탓에 작업자들 대부분이 선별대 한 쪽에만 모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근 신용리에서 4만평 규모로 단감을 재배 중인 경남농산의 이용수(65)씨도 수확·선별을 마치고 판매할 수 없는 작은 크기의 단감을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이씨는 “감 농사는 물이 많아야 되는 데, 비가 안 오니까 감이 자잘할 수밖에 없다”며 “크기만 작을 뿐이지 가물어서 당도는 더 좋다. 맛은 더 좋은데 크기가 작다 보니 판매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감이 작다보니 사람 손도 많이 필요하고 우리 같은 경우 수확을 안 할 수가 없어 수확은 하지만, 소득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 주변에 보면 밭에 빨갛게 달려있는 게 다 감이다. 수확 포기하고 다 버리는 건데 지금 주변에 그런 농가가 엄청 많다”라고 전했다.

이씨의 말처럼 주변 밭에는 수확을 포기해 나무에 감이 매달려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김씨는 “수확을 포기해도 내년을 위해 감을 따 내거나 전정을 하면서 가지를 잘라내야 한다”며 “판매는 어려워도 감을 계속 매달아 놓으면 내년 농사는 아예 접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11월 농업관측을 통해 단감의 경우 생육기 가뭄으로 생산량이 감소했으며 과의 크기가 전년보다 작아 대과와 중·소과의 가격차가 크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또 올해 생산량은 재배면적 및 단수 감소로 전년보다 7% 감소한 12만6,000톤으로 전망되는데, 단수가 전년보다 감소한 이유는 생육기 주산지 누적 강수량이 전년보다 300mm 이상 적어 과 비대가 안 됐고 낙과 발생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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