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강추위 무릅쓴 예찰, AI 철통방역 첫 단추

[ 동행취재 ] 야생조류 포획 현장을 찾다

  • 입력 2017.11.19 12:17
  • 수정 2017.11.19 18:5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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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고병원성 AI 방역은 현장 예찰에서 출발한다. 광범위한 예찰을 통해 조기에 AI 바이러스를 발견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현장 예찰에 나서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방역사들은 겨울철 맹추위와 맞서며 야생조류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야생조류 포획조가 지난 13일 새벽 충남 아산시 염치읍 곡교들녘의 한 개울가에서 포획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3일 새벽 5시경, 겨울철 한밤중이나 다름없는 시각에 야생철새 포획을 맡은 김성재·김무기 방역사가 예찰현장에 도착했다. 야생의 겨울철새를 생포해 시료를 채취하려면 새벽에 해당현장을 찾아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날 목적지는 충남 아산시 염치읍 곡교들녘의 한 개울가다. 개울이 곡교천과 만나는 지점에 쌓인 모래톱은 겨울철새들이 휴식을 취하는 포인트 중 한 곳. 야생철새는 경계가 예민해 바로 잡으려 덤벼들면 낭패를 본다. 그래서 보통 며칠간은 포획장소에서 철새들의 경계를 누그러뜨리는 사전작업을 진행한다. 김성재 방역사는 “보통 2~3지점을 찍어 관찰하며 포획이 가능한 곳을 골라 먹이작업을 하며 포획 시기를 저울한다. 이 곳은 지난 2주 동안 공을 들인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내 2명의 방역사는 방역복으로 갈아입고 헤드랜턴 불빛에 기대 개울에 발을 들였다. 철새를 유인할 볍씨를 뿌리고 그물포를 설치한 뒤 다시 개울을 나올 때까지도 해는 뜨지 않았다.

김 방역사는 지난 2014년부터 포획팀에서 근무했다. 지역 내 철새의 동향과 철새의 습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런 그가 오늘 포획 성공률을 묻자 “반반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밤에 비가 와서 수온이 떨어졌다. 먹이를 깔아놓아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놓쳐버린 철새는 한 번에 수㎞를 날아가기에 잡을 수 없다.

날이 개자 쌍안경으로 먹이작업을 한 현장을 볼 수 있었다. 홍머리오리떼가 기웃거리더니 이내 날아가 버린다. 아직 다른 철새들이 주위에 있지만 김 방역사는 그물포를 조종하는 리모컨을 꺼내다가 다시 넣다가 하면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7시 10분. 쌍안경으로 현장을 주시하던 김 방역사가 마침내 결심한다. “이제 쏩니다. 하나. 둘. 셋!” 작은 포성과 함께 놀란 철새들이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몇 마리는 그물에 가둘 수 있었다. 그제야 2명의 방역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지난 13일 새벽 충남 아산시 염치읍 곡교천의 한 지류에서 야생철새를 포획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김성재(오른쪽)·김무기 방역사가 조심스럽게 쇠오리의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시료 채취가 끝난 철새는 다시 자연으로 방사했다. 한승호 기자

기다림도 길었지만 시료채취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날 잡은 철새는 쇠오리 7마리. 채취할 시료는 1마리당 혈액과 총배설강, 인후두 3점이다. 한 마리씩 망에 넣고 그물을 회수한 뒤에야 시료채취가 시작됐다. 시료채취에서 제일 난관은 혈액채취다. 혈관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주사기에 혈액이 모이지 않는다. 2명이 손발을 맞춰 작업을 진행했지만 8시 30분에야 채취한 시료를 차량에 실을 수 있었다.

초겨울 날씨지만 물묻은 몸은 이내 추위에 노출된다. 한겨울 추위가 매서운 바람과 함께 불어닥치면 몸은 더 차갑게 굳어간다. 방역복과 얇은 고무장갑으로 추위를 막을 수 없다. 고생해서 얻은 시료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받아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한다.

야생조류 분변 채취 역시 추위와의 싸움을 피할 수 없다. 가급적 신선한 분변을 채취해야 정확한 검사를 할 수 있으니 어려움이 더해진다. 이처럼 강도 높은 예찰작업은 방역사가 ‘극한직업’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다.

방역본부는 올해 야생조류 1,500수 포획, 분변 3만5,400점 채취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13일까지 1,061수의 야생조류를 포획했으며 1만6,780점의 분변채취를 진행했다. 검역본부는 9월 이후 15일 현재까지 수집한 시료에서 18건의 AI 바이러스를 검출했으며 아직 고병원성이 확인된 바이러스는 나오지 않고 있다.

포소리에 놀란 철새들이 그물을 피해 날아오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철새 포획을 확인하려 방역사들이 곡교천 한 모래톱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한승호 기자

 

시료 채취가 끝난 철새는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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