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종자산업법 일부 개정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

  • 입력 2017.11.18 23:34
  • 수정 2017.11.18 23:38
  • 기자명 박지은 녀름 연구소 비상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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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녀름 연구소 비상임 연구원

지난 해 12월 황교안 국무총리 당시 종자산업법 일부 개정 법률이 공포되어, 올해 12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주목할 부분은 종자산업법 일부 개정 법률에서 ‘종자’ 항목을 모두 ‘종자 및 묘’로 수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자산업법에서 ‘종자’란 증식용 또는 재배용으로 쓰이는 씨앗, 버섯 종균, 묘목, 포자 또는 영양체인 잎·줄기·뿌리 등을 말하고, ‘묘’란 재배용으로 쓰이는 씨앗을 발아시킨 어린식물체와 그 어린식물체를 서로 접목시킨 것을 말한다. 즉, 통상 모와 묘가 혼용되어 쓰이기 때문에 종자산업법의 대상은 옮겨 심는 어린 풀과 나무 씨앗의 발아체 및 영양체라고 파악할 수 있다.

당시 정부가 밝힌 개정 이유는 “종전에 종자업에 대해서만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등록하도록 하던 것을 묘를 기르는 육묘업에 대해서도 등록하도록 하여 품질이 미흡한 묘의 유통을 방지하고, 유통되는 묘에 대해서도 품질표시를 하도록 하는 등 묘도 종자와 같이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한편, 종자 검정업무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종자 검정과 관련한 국민의 편의를 제고하려는 것”이다. 특히, ‘농업인’만 가능했던 정부보급종의 생산대행자격을 ‘농업법인’까지 확대하고 있는데, 적정규모의 시설과 종자관리사 등을 갖추어 품종성능을 보증할 수 있는 업체들에게 종자 및 묘의 등록을 허가하겠다는 의미다.

국립종자원의 설명에 따르면 “품종보호란 품종을 등록한 사람에게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국내법은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것과 같이 비영리 목적인 자가소비에 한해 일부 권리를 허용할 뿐이다. 다른 사람이 등록한 종자를 지속적으로 자가채종해서 자가소비분 이외의 여분 생산량을 판매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즉, 품종보호권의 논리대로라면 등록권자가 아닌 농민이 씨앗을 받아서 이웃에게 판매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법행위가 되는 것이다. 근래 지역들 마다 종자에 관한 불법 행위 신고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종자 및 묘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현재 농사관행이 종자를 농가에서 직접 발아시키기보다 묘(모) 구입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 적잖은 혼선이 예측된다.

먼저 육묘업 등록제는 대규모 시설농을 중심으로 육묘업자들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데, 채소·화훼작물의 하우스 시설 면적 기준 300평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14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용역을 근거로 육묘업자를 292개 업체로 파악하며, 소규모 업체는 1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육묘업 등록을 위한 교육과정에 1,000명 이상이 신청을 했으며, 소규모 농가 및 업체들은 시설 면적 기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정부 및 지자체가 국내 필요종자 보다 환금성 종자 육성에 주력하겠다는 기조는 정부가 바뀐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국내 채소종자 대부분이 일본을 원산지로 두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채소 종자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안은 환영할 만하다. 현재 단호박, 단무지무, 토마토, 시금치, 파프리카, 양파, 브로콜리, 양배추, 양상추, 대파, 당근 등은 거의 일본산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은 여전히 일상적으로 자주 생산하고, 먹는 종자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안이 아니라 환금성 종자에 보다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예컨대 경기도가 종자산업법 시행 개정과 발맞춰 육성하겠다는 기반산업은 씨감자, 고구마종순, 딸기종묘, 마늘종구, 화훼종묘, 버섯종균, 약용작물종자, 종묘삼, 육묘(실생·접목), 과수묘목, 녹비작물종자 등 11개 품목이다. 경기도는 ‘2018년 종자산업기반구축사업’에 참여할 지방자치단체(시·군) 및 생산자단체를 모집한다고 밝혔으며, 지원기준은 개소당 2억원에서 최대 40억원까지다. 사업대상자로 선정되면 지자체는 사업비의 50%, 생산자단체는 60%에 해당되는 사업비(국비 30, 지방비 30)를 지원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들 주력 품목에서는 이미 자본과 시설이 준비된 조직들이 우선적으로 지원을 받게 될 예정이기 때문에 대규모 업체 대 소규모 업체·농민들이 갈등관계에 놓일 여지가 크다.

지식재산권법 체계와 식물신품종보호조약 영향 하에서 농민의 종자 및 묘에 대한 권리는 품종보호 논리와 상충된다.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는 농민의 자가채종에 대한 예외조항들을 마련해서 시장의 풍랑에 놓인 농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 정부에게서는 아직 그런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종자산업법 일부 개정 법률의 종자 및 묘의 권리 ‘보호’에서 농민들과 소규모 업체들의 권리는 보호될 여지가 없다. 농식품부 담당자가 한국농정신문에 “여건이 많이 변화된 만큼 등록 기준을 재설정해야 하는지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듯이, 시행 과정에서 예측되는 문제들에 대한 검토를 기대하며 전향적 대책들을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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