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친환경농업, 제 길을 제대로 찾자

  • 입력 2017.11.05 10:22
  • 수정 2017.11.05 19:10
  • 기자명 김영규(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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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규(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정책기획실장)

살충제 달걀 파동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훑고 지나가면서 그 유탄이 친환경농업에도 정면으로 날아들고 있다. 친환경인증의 하나였던 ‘무항생제 인증’을 제대로 관리 못한 데 대해, 정부는 자기반성 대신 농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더니, ‘친환경’이라는 법적 표현과 제도를 공유했단 이유로 친환경농업도 법, 제도 개선이라는 수술대에 올라가야 한단다.

친환경농어업법 1조엔 “농어업의 환경보전기능을 증대시키고 농어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며, 친환경농어업을 실천하는 농어업인을 육성하여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어업을 추구하고 이와 관련된 친환경농수산물과 유기식품 등을 관리하여 생산자와 소비자를 함께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상 한국의 친환경농업의 목적과 지표는 정부에 의해 육성되기 시작한 20년 동안 당초의 선각자들과 그들의 농업관을 공감했던 도시의 소비자운동(지금의 ‘생협’)이 가졌던 것과는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목적과 가치는 어느새 사라지고, 오로지 ‘잔류농약 검사’라는 결과로 모든 게 정리됐다.

여기에 더해 안전성 강화라는 이름으로 검사 횟수를 늘리고, 국가기관(농관원)의 교차 검사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한다. 농민과 민간인증기관의 유착이 있을 것이라며 3년차부터는 인증기관을 바꿔야하며, 처벌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한다. 무항생제 인증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자율인증으로 바꾸는 작업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분석 장비가 고도화되면서 수십 년 전에 토양에 박히고, 지하수를 오염시킨 것이 이제 쉽게 드러난다. 허용기준치 이내에 있거나, 과거의 일이라는 항변도 먹히지 않고 여론으로 재판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는 화학농업 밖에 없었던 농정의 결과물임에도 국가는 물론 누구도 함께 변호해주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친환경농업을 그만두는 게 맞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농식품부가 아니라 검찰과 경찰이 친환경농업을 관리하게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판국이다.

건당 수십만원에 달하는 검사와 분석비용은 농산물의 가격만 높이고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거리감만 늘린다. 오히려 그 국가예산과 농민이 부담하는 검사비용으로 친환경농업을 실천함으로써 땅과 물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검사해 국민에게 공개하는 게 옳다. 그 변화 과정을 믿고 국민이 우선 소비하도록 인식과 제도를 전환해야 한다. 또 복잡한 친환경농업 인증절차와 서류작업 및 생산과정을 지원하고 함께 관리하는 일에 참여할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안전성 관리를 하는 것이 훨씬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사료에까지 항생제가 범벅이던 시절에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건강한 축분을 친환경농업에 사용하자는 일종의 ‘운동’으로 시작했던 무항생제 인증도 정당하게 평가하고 보완해서 유지해야 한다. 명칭을 바꾸고, 사육기준에 동물복지를 확대 보완해서 수입 유박에 의존하는 농업을 줄이고 순환농업을 강화해야 한다.

불신으로 가득한 사회이다. 그 불신을 극복하고 신뢰 사회로 나가는 길은 의심의 고삐를 당기는 데 있지 않다.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한국농업의 대안이 환경친화적 농업으로의 전환이라면 단지 5%의 농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체 우리농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차원에서 제 갈 길을 지금이라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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