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김현종과 트럼프

  • 입력 2017.10.28 15:18
  • 수정 2017.10.28 15:23
  • 기자명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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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부의 스텝이 꼬일 때가 있을까! 한-미 FTA 발효 이후 해년마다 성과를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수출도 늘고, 일자리도 늘고, 글로벌 스탠다드도 높아졌단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말을 하지 않는다.

FTA 성과는 없다. 오히려 미국이 이익을 많이 얻었다고 한다. 그 동안 우리를 속였단 말인가! 사기와 거짓은 끝나지 않았고 이제 본격 시작된다. 예전에는 교묘하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직통이고 거칠다. 들통나니까 거리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김현종을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했다. 그는 미국을 위해 죽도록 싸우겠다는 사람이다. 한-미 FTA 협상이 끝나고는 삼성에 입사해 엄청난 연봉을 받았다. 관피아의 황제 정도라고 표현하면 꼭 알맞다.

그는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된 이후 미국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미 FTA 협정에 근거해 미국은 특별회기 회의를 요구했고, 8월에 열린 1차 회의에서는 개정협상을 요구했다. 이에 김현종은 지금은 평가분석이 선행돼야 하며 개정협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언론은 김현종의 자존감과 실력 있는 외교술을 칭찬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추석명절에 김현종은 미국의 개정협상 요구를 무조건으로 받아주었다. 자신의 주장을 한 달 만에 뒤집었고 아무런 반성과 설명도 없었다. 오직 미국의 주장이 그렇기 때문에 그랬다는 것이다.

김현종은 국회에서 자신 있게 말했다. “이번 한-미 FTA 개정협상에 농업부문 양보는 없을 것이고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폐기까지 검토할 것이다”라고.

그러나 이제 그 말을 믿을 농민은 없다. 미국은 이미 1차 회의 때 추가적인 농업개방을 요구했다고 한다. 미국 언론에 나온 내용인데도 김현종은 이런 사실 조차 농민에게 말해 주지 않았다. 한-미 FTA 개정협상은 농업의 추가개방을 필연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협상에 응한 것 자체가 추가개방의 시작이다.

김현종은 지금도, 앞으로도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는 구차한 변명이라도 늘어놓으며 말을 바꿨지만 앞으로는 그런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트럼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외교술을 한국민을 대상으로 풀어 나갈 것이다.

트럼프의 외교전술은 자신이 쿨하게 발표했다. ‘미치광이’ 전술이란다. 사실은 미국의 외교행위는 모두가 미치광이였고 깡패였다. 자신의 말과 행동은 신의 경지에 이르렀고 다른 나라는 미개하고 교육받을 대상이며, 그래서 자신의 뜻대로 했다. 단지 이전에는 ‘자유확산’ 이네 ‘정의실현’ 이네 이런 말로 포장했다면 지금은 ‘미치광이’ 라는 정직한 용어를 선택한 것 뿐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미친놈이 하는 미친 짓에 응수하면 손해다. 미친 짓이 끝날 때 까지 놔두면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단호해야 한다. 미친놈에 조그마한 관심도 못 느끼도록 해야 한다.

다음 주에는 트럼프가 한국에 온다. 우리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멋진 카드가 있다. 미치광이 전술에 앞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조용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국민을 속이고 개정협상을 허용한 책임을 물어 김현종을 파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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