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정부의 쌀 대책 미흡하다

  • 입력 2017.10.22 12:09
  • 수정 2017.10.22 12:11
  • 기자명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본격적인 수확철을 앞두고 2017년 수확기 쌀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예년에 비해 빠르게 확정 발표했고, 그것도 국무총리가 회의를 주재했다. 공공비축미와 해외공여용 35만톤, 시장격리 37만톤 등 총 72만톤을 정부가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수확기 격리량 37만톤은 역대 최대라면서 수확기 쌀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2016년에는 수확기 격리량이 20만톤이었다. 정부의 기대대로 수확기 쌀값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년보다 수확기 격리량이 17만톤 늘었지만 미흡하다. 아직도 금년 재고미가 206만톤이나 남아 있다. 또 금년 생산량이 소비량에 비해 9~14만톤 정도 더 생산될 것이라고 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72만톤 가지고는 쌀값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정부는 수확기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수입 밥쌀 판매중지, 국내산 및 수입산 혼합곡과 연산별 혼합 유통을 단속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신곡을 입수하기 전에, 민간인이 보유하고 있는 구곡만 출하해도 산지 쌀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재고미 통계에 각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물량은 제외돼 있다.

국무총리의 관심과 농식품부의 빠른 대책 발표는 이전 정부와 다소 달라진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대책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삭감에 묶여 있다. 금년에 실시하려던 생산조정제 예산을 작년 정기국회 시기에 기재부가 삭감한 사실을 농업계에서는 다 알고 있다.

이번 쌀값 대책의 예산을 더 확보하기 위해 농식품부 장관은 기재부와 담판을 지어야 한다. 그래서 정부 매입량을 획기적으로 늘려 수확기 쌀 대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내년도 생산조정제 등을 위한 예산도 더욱 확보해야 한다.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약속하고, 국무총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쌀 목표가격과 생산조정제를 원활히 시행하기 위해 꼭 관철시켜야 한다.

생산조정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방향에서 품목을 선택해야 한다. 또 해당 품목의 유통 및 가공 대책과 연계하고, 차액보전 직불금 지급 등이 하나의 세트로 추진돼야 한다. 예컨대 쌀 이외 가공용 곡물로 품목을 전환할 경우에 이 품목과 관련된 가공·유통 시설의 설치를 지원하고 농가와 계약재배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또 사료작물로 전환할 경우, 사료공장과 연계해 지속적인 공급을 약속하고 계약재배하도록 해야 한다.

쌀 대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농가소득의 안정을 통해 식량자급 기반을 유지하고 식량주권을 확보하는데 있다. 쌀 농업에 있어 가격의 기능은 한계를 나타낸다. 생존농업에서는 가격이 하락해도 기본적인 조수입의 확보를 위해 생산을 확대하는 소위 궁박판매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고령화율이 40%를 넘는 우리농업의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제 가을이 되면 황금들판을 보고 착잡함보다는 넉넉함을 느끼는 농업이 됐으면 한다. 매년 가을만 되면 쌀 문제로 농민들의 근심이 커지게 되는 현상은 언제부터 시작됐고, 그 원인은 어디에서 유래됐을까? 시장개방과 관세화, 매년 쌀 소비량의 10%가 넘는 41만톤 수입, 쌀 소비 감소 등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정부당국이 알 수 없는 변수는 거의 없다. 또 쌀 산업발전대책 같은 중장기 계획과 쌀 농가의 소득안정이니 하는 대책도 매번 발표해왔다. 그런데도 매년 똑같은 현상과 문제가 반복돼왔다.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든지, 대책이 잘못됐든지, 아니면 대책을 추진하지 않았든지 아니겠는가?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