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로 만나자!

보낼 길 없는 철원 통일쌀

  • 입력 2017.10.21 09:27
  • 수정 2017.10.21 09:29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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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강원도 철원읍 내포리. 이곳은 북한이 코앞인 지역이다. 가을걷이가 끝나 휑한 들판 한 가운데 잘 익은 벼들이 쌀쌀한 바람에 무겁게 몸을 움직인다. 지난 5월 23일 모를 낸 통일쌀이다. 철원에서는 늦은 모내기에 벼베기도 늦어졌다.

지난 9일 베어지는 벼를 지켜보는 농민들의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모를 낼 때만 해도 남북간 교류가 이뤄져 통일쌀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다. 교류는커녕 북미간 관계경색으로 남북관계도 오리무중에 빠졌다. 김용빈 철원군농민회장은 “접경지역인 철원에서 통일쌀 경작운동을 재개했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 내년에는 농협의 조합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바로 옆 둔덕에는 통일쌀 경작지임을 알리는 파란색 표지물(사진)이 세워져 있다. 농민회원들이 며칠 동안 밤을 새워가며 만든 것으로 한반도 모양이라 멀리서도 눈에 띈다. 마침 바로 옆으로 안보관광에 이용되는 3번 국도가 뻗어 있어 많은 관광객들에게 홍보가 됐다. 농민회는 물론, 평화와 통일을 위한 활동을 하는 지역 단체에서 방문객들을 데리고 와 교육을 하는 곳으로 활용했다.

전흥준 전농 강원도연맹 조국통일위원장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통일운동의 상징으로 쓰면 좋을 것 같다. 보수적인 지역민들에게는 통일의 당위성을 환기시키고, 통일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와는 연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통일의 의지를 모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벼 베는 내내 대북·대남방송이 시끄럽게 왕왕거렸다. 지난 2004년처럼 남북합의로 방송이 중단되는 그날을 기다린다. 그때까지 철원에서 통일쌀은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해 지역민을 묶어내는 알불로 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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