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헌법’ 철원서부터

  • 입력 2017.10.20 14:37
  • 수정 2017.10.20 14:39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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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철원군농민회원들이 태봉제가 열린 철원군 공설운동장 입구에서 ‘쌀값 보장과 농민헌법 제정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펼쳤다.

철원군농민회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쌀값 보장과 농민헌법 제정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펼쳤다. 장소는 강원도 철원군 공설운동장으로 ‘태봉제’가 진행되는 장소다.

‘태봉제’는 철원군에서 진행하는 민·관·군 화합을 위한 행사로, 잔치마당·읍면별 화합과 겨루기·오대쌀을 주제로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축제다. 이에 철원군농민회가 지역의 공감을 모아내기 위한 서명운동을 펼쳤다.

“1kg당 3,000원은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라는 농민회원들의 말에 주민들은 당연하다며 선뜻 서명을 했다. 그러나 농민헌법 제정이라는 말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헌법에 농업의 가치와 농민의 권리가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쌀값은 물론 삶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상관관계를 인식하지 못해서다. 오랜 시간 홀대받아온 농촌과 농업, 내 가족 건사하기도 숨 가쁜 세월을 살아올 수밖에 없었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김용빈 철원군농민회장은 궁금해 하는 주민들에게 조근조근 설명하며 서명을 하도록 이끌었다.

신철원에서 온 강은경씨는 “동생이랑 아버지가 농사를 짓는다. 쌀값이 너무 싸서 먹고 살기 힘들어한다. 그런데 대도시 대형마트에서는 비싸게 팔리는 걸 보면 속상하다. 유통구조에 문제가 많다. 국가가 제도와 정책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농사꾼은 농사만 짓고 먹고 살게, 소비자는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좋은 쌀을 사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인근 포천에서 왔다는 심성호씨는 “밥쌀 수입부터 끊어야 된다. 농사꾼 죽이는 짓이다.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런다”며 응원했다.

하늘은 파랗고 축제장은 시끌벅적했다. 아이들은 오색 풍선을 들고 잔디밭을 뛰어다녔고, 오대쌀 체험으로 떡메치기도 한창이었다. 그지없이 평화롭고 한가로운 풍경 속에 농민·농업·농촌 문제란 없어 보였다. 헌법처럼.

철원은 환경생태적 가치가 우수한 곳이다. 해마다 두루미류와 기러기류 등 겨울새가 가을걷이 끝난 논을 찾아와 월동한다. 앞으로 개정될 헌법에 반드시 넣어야 할 ‘농업의 가치’를 뚜렷이 보여주는 곳이다.

한편, 철원군농민회는 주민들의 공감 속에 철원에서만 1,000명 이상 서명을 받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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