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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들녘에 이는 ‘풍년가’최북단 철원평야, 가을걷이 시작
지난 13일 해질녘 즈음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사요리 소이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철원평야는 노란색 물감으로 정밀하게 채색한 것처럼 황금빛 물결로 넘실거렸다. 보이는 지역 모두 민간인통제구역으로 평야가 끝나는 지점이 남방한계선 부근이고 그 너머가 비무장지대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소이산(해발 362m) 전망대에서 바라 본 철원평야는 추수를 앞둔 벼로 황금빛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지난 8월 말에 불어 닥친 강한 비바람에 벼가 쓰러진 논에서는 콤바인이 쉴 새 없이 오가며 추수를 앞당겼고 이미 추수를 마친 들녘엔 탈곡이 된 볏짚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평야를 가로지르는 3번 국도엔 콤바인을 실은 5톤 트럭과 적재함을 매단 트랙터가 제 논을 찾아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됐다. 북녘의 산하가 눈앞에 펼쳐지는 최북단 철원평야에서 일 년 농사의 결실을 맺는 가을걷이가 한창 진행 중이다. 여느 해보다 추석이 뒤로 밀렸음에도 불구하고 수확을 앞두고 쏟아진 폭우에 속절없이 벼가 쓰러진 논부터 추수를 서둘렀다.

지난 13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에서 만난 김형군(81)씨 논에선 콤바인 3대가 동시에 추수 ‘작전’에 나섰다. 이날 위탁 영농에 나선 한 농민은 “쓰러진 벼를 세워 추수하는 일엔 곱절 이상의 신경이 쓰인다”며 “아무래도 벼가 제대로 마르지 않다보니 가끔씩 콤바인에 이상이 생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논배미를 마무리 할 즈음 벼를 걷어내는 콤바인의 장치에 이상이 생겨 추수에 잠시 차질을 빚기도 했다.

논둑에 걸터앉아 추수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김씨는 “잘 자라다가 지난 번 비바람에 벼가 도복(작물이 비나 바람 따위에 쓰러지는 일)됐다”며 “여름철에 비도 자주 오고 해서 걱정했는데 그럭저럭 잘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추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철원군 내에 있는 건조장도 한층 바빠진 모습이다. 동송읍 대위리에 위치한 농민건조장에선 대형 트랙터에 매달린 적재함에서 갓 수확한 나락을 건조기에 쏟아내고 있었다. 적재함에 실린 나락만 해도 약 5톤에 해당하는 양이다. 건조장 사무실 벽에 걸린 작업일정표엔 매일 매일 나락 건조를 맡긴 농민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건조기 진행 상황을 체크하던 김용진씨는 “지난 월요일 비가 오는 바람에 예정된 일정이 모두 하루씩 뒤로 밀렸다”며 “철원 같은 경우는 건조장에서 추수작업까지 대행하고 있어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이날 오전 건조장 입구엔 콤바인을 실은 트럭과 나락을 싣고 올 트랙터 등이 시동을 켜 놓고 나란히 서 있었다.

한편, 올해는 2018년산부터 적용되는 쌀 목표가격을 산정하는 해이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쌀값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들썩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새 정부의 농업홀대론 속에서도 최북단 철원평야에서 시작된 추수는 이제 남녘으로 향할 터, 쌀 한 톨 생산을 위해 일곱 근의 땀을 흘린다는 농민들의 ‘일미칠근(一米七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한 바람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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