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억 유통지원사업 사후관리 엉망

‘개소당 95억’ 정부 원예브랜드육성지원사업
거액 지원금 투입하고 사후관리는 나몰라라
진도청정푸드밸리 경영악화, 헐값매각 추진
“매각 말고 정상화하라” 진도농민들 맹성토

  • 입력 2017.09.15 13:30
  • 수정 2017.09.15 13:3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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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역 농산물 유통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거액의 국비·지방비를 투입한 유통시설 지원사업의 사후관리 부실이 심각하다. 지역마다 적자경영과 폐업이 속출하고 외지자본에 사업체를 매각하는 사례까지 나올 판이지만 행정은 수수방관이다.

정부는 시장개방 및 유통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2006~2014년 ‘원예브랜드육성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시군별 유통회사 설립에 개소당 95억원(국비 28억5,000만원, 지방비 49억5,000만원, 자부담 17억원)을 투입한 대형 지원사업으로, 전국에 총 23개 회사를 설립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사후관리엔 거의 손을 놓다시피 했다. 사업계획상 농식품부와 지자체의 사후관리 역할은 경영실태가 아닌 지원금 자체의 집행 점검에만 치중돼 있으며 ‘미비점 개선조치’와 같은 형식적인 문구로 구성돼 있다. 인터넷 포털검색에 지원업체들을 검색하면 적자 관련 기사가 넘쳐날 정도로 시군마다 이들 회사의 적자경영이 수년째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지만 농식품부에선 이에 대한 대략적인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전남 진도의 ㈜진도청정푸드밸리(대표이사 장만윤)는 경영난이 가장 심각한 케이스다. 지난 2012년 준공한 이 회사는 진도군(군수 이동진)이 직접 대주주가 되고 관내 3개 농협과 250여 소액주주가 참여한 자본금 18억여원의 대파 유통회사다. 그러나 경영미숙으로 연간 취급물량은 겨우 일개 수집상인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꾸준히 적자가 누적돼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부채가 약 17억원에 달한다.

진도군은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진도청정푸드밸리의 민간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진도청정푸드밸리 준공식 모습. 진도군청 제공

진도군은 회사 경영 정상화 대책으로 회사의 민간매각을 택했다. 어떻게든 경매처분을 피하고 유통전문업체를 유치해 진도대파 유통이라는 본래 목적을 유지시키겠다는 의도다. 현재 관외 6개 유통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도군과 가계약을 맺은 상태며, 진도군의회와 각 주주농협들이 매각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지역 농민들은 펄쩍 뛰고 있다. 회사의 예상매각가격은 자산가치와 부채 등을 계산해 볼 때 고작 18억원 남짓. 95억원의 거액을 들여 지은 시설이 터무니없는 헐값으로, 더욱이 외지자본에 넘겨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지원사업 사후관리기간(10년)이 경과하는 2022년 이후엔 회사가 진도대파를 취급하지 않거나 전혀 다른 용도로 시설을 전용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게 된다.

진도군농민회(회장 조권준)는 진도군과 농협들이 경영감독 미흡의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회사 정상화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농산물 판매사업은 수익성보다 정책의지가 중요하다는 견해며, 기껏 일궈놓은 자산을 외부에 넘기지 말고 지역에서 활용할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결국 회사를 둘러싼 군의 매각의지와 농민들의 회생요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 진도의 상황이다.

정부의 시군 유통회사 지원사업은 원예브랜드육성지원사업뿐 아니라 밭작물브랜드육성지원사업, 이명박 정권 시절 추진한 1시군 1유통회사 지원사업 등 여러 가지 명목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기계적인 지원이 이뤄졌을 뿐 여태껏 내실은 관리되지 않았고, 경영상황이 어려운 사업체들은 돛 찢어진 조각배 신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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