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계란 살충제’ 파동, 정부와 기업이 조장했다

팜한농 ‘와구프리’, 농관원 고시 개정 후 ‘사용불가’
기업은 “문제 없다”·지자체는 계속 보급·정부는 국비지원

  • 입력 2017.09.10 11:29
  • 수정 2017.09.13 09:4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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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살충제 계란 파문 관련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정부와 팜한농에 대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친환경 계란 살충제 파동’의 원인은 정부와 기업에 있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남태헌, 농관원)의 고시 개정 후 친환경 양계농가에서 못 쓰게 돼 있던 살충제를, 제조사는 “문제 없다”고 홍보했다. 지자체는 그 살충제를 국비 지원받아 온 농가에 보급했다.

지난 5일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대한양계협회, 정의당 윤소하 의원 및 양계 피해농민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친환경살충제 계란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곳은 정부와 LG화학 자회사인 팜한농(대표 박진수·김용환)”이라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사용금지 살충제가 친환경농가에 퍼지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8월 이후 총 49개 농가의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돼 부적합 농가 판정을 받았다. 그 중 37개 농가에서 화학성분 비펜트린이 발견됐는데, 해당 농가들이 사용한 살충제는 팜한농의 ‘와구프리’였다. 현재 친환경농업법 상으론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허가받은 동물용 의약외품은 사용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7일 개정한 농관원 고시에 의하면, 동물용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았어도 ‘와구프리’류의 화학제품은 친환경축산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다.

문제는 고시 개정 뒤에도 농가에 ‘와구프리’가 공급된 점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도비지원과 국비지원사업으로 실시한 닭진드기 방제약품 공급사업에서 ‘와구프리’ 제품을 친환경농장에 공급했다.

경기도는 올해 닭진드기 살충제 공급사업을 하면서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허가받은 동물용 의약외품 뿐 아니라, 미허가된 동물용의약품까지 구입해 농가에 무상지급했는데, 그 품목 중 ‘와구프리’가 있었다. 지난 8월 살충제 파동의 진원지 중 하나였던 경기도 남양주시의 농가에도 경기도가 팜한농의 ‘와구프리 블루’ 70병을 보급했다.

한편 팜한농 측은 지난해 7월 27일, 농관원에 ‘와구프리’ 제품을 무항생제 농가에서 사용가능한지를 질의한 바 있다. 이때 농관원은 고시 개정 전이었기에 “동물용 의약외품에 해당한다면 가축 또는 사료에 접촉되지 않는 용법용량을 준수해 사용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 답변을 근거로 팜한농은 ‘와구프리’를 대량판매했다. 그해 10월 고시가 개정됐지만, 지자체에선 계속 해당 제품을 친환경농가에 보급했다. 팜한농 측은 ‘와구프리’가 여전히 무항생제 인증농가에서 사용 가능하다며 지자체와 농가에 허위내용을 전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살충제 파동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축산환경 개선과 검역기준 강화와 함께,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용 불가능한 살충제를 친환경농가에 공급한 기업과 지자체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영재, 친농연)는 기자회견과 별도로 입장을 발표해 “정부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화학농업을 유도해 왔고, 이번 사태에서도 어김없이 화학기업이 배후에 있었다”며, “국가는 농약을 무분별하게 인가해 주고 사용기준을 분명히 하지 않는 가운데, 지방정부는 농약을 권장·보급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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