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여성농민 전담부서를 허하라

  • 입력 2017.08.25 11:38
  • 수정 2017.08.25 11:4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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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 쌀값폭락 해결! 쌀값보장! 2017 전국여성농민결의대회’에 참석한 70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가 적힌 종이를 흔들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매년 8월이 되면 큰 뜻을 품은 여성농민들이 바쁜 농사일을 잠시 접어두고 서울에 모인다. 이번 여름에도 농민과 농촌의 몰락을 막고자 700명이 넘는 여성농민이 함께 아스팔트를 딛고 섰다.

올해는 매우 유의미한 변화가 하나 있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김순애, 전여농)의 주최로 지난 23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17 전국여성농민결의대회’가 전면에 내건 슬로건은 ‘여성농민 전담 부서 설치!’. 순수 여성농민만을 위한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국가 그리고 같은 국민으로부터 차별 당하는 농민, 여성농민은 그 농민들 사이에서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농사지었다. 농촌가구의 가사 노동과 농외소득을 책임지는 그들은 보다 무거운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했고, 농민을 대상으로 한 얼마 되지 않는 제도의 혜택도 크게 누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 불만을 뒤로하고 늘 농민 전체를 위한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던 그들이었다. 지난해 이 무렵, 여성농민들은 고 백남기 농민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었다.

이제는 자기 자신을 위한 싸움을 시작할 때다. 비록 완전한 해결은 아직 요원하지만 일련의 사태들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고, 촛불 정신을 계승한다고 천명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성농민들은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김순애 전여농 회장은 국회 앞에서 몸에 쇠사슬을 감고, 뙤약볕 아래 단식을 하며 싸운 끝에 촛불 승리를 이뤄냈던 지난날을 떨리는 목소리로 회상했다. 각종 농업 문제 해결 촉구에 이어 그는 준비한 대회사의 마지막 문단을 힘차게 외쳤다.

“무엇보다도 오늘 우리는, 여성농민 전담부서를 설치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것 하나만은 꼭 만들어내고 내려갑시다. 우리들이 모이면 하나씩은 이루고 갔습니다. 오늘도 될 거라고 믿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만 외로이 결심한 것이 아니었다. 대회를 마친 여성농민들은 곧장 국회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전과의 차이라면 그 행진의 종착지가 경찰의 저지한계선이 아닌, 그들의 권리 신장을 논하는 토론의 장이었다는 점이다.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를 바라는 국회의원들은 기꺼이 토론회의 주최에 이름을 올렸고, 대규모 인원의 참석이 용이하도록 국회 사무처를 통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대다수가 고령인 여성농민들은 긴 시간 줄을 서서 일일이 출입증을 배부 받는 수고로움을 덜고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안착했다.

여성농민을 향한 ‘사람다운 대접’은 이날의 아스팔트 바닥 위 깔개가 아닌 제대로 된 의자에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이제 모든 것은 여성농어업인육성법 개정안의 9월 정기국회 통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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