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건조두부사업, 18억 혈세 날리나

사업주체 역량부족, 정상운영 불가
보조금 환수조치도 법원에 가로막혀

  • 입력 2017.08.20 01:46
  • 수정 2017.08.20 01:4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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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홍성군(군수 김석환)에서 거액의 보조금을 투입한 식품가공공장이 가동되지 못한 채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다. 안일한 지원과 미흡한 관리감독으로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생활개선홍성군연합회(회장 김종실, 생활개선회)는 지난 2009년 기능성건조두부사업에 뛰어들었다. 지역에서 나는 콩을 수매·가공해 농가소득을 제고해 보겠다는 취지였다. 3년간 총 사업비는 18억5,000만원으로, 자부담 1억원(부지매입)을 제외한 17억5,000만원(국비 1억2,000만원, 도비 1억원, 군비 15억3,000만원)의 보조금이 건물 및 설비 구축에 투입됐다.

그런데 2012년 시설이 완공되고 약간의 시제품만이 생산된 이후 공장은 현재까지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황당하게도 ‘운영자본금 부족’이다. 사업주체인 생활개선회가 부지매입에 모든 재정적 여력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몇 년째 가동이 중단돼 있는 생활개선홍성군연합회의 건조두부사업장. 오랫동안 발길이 없었던 듯 건물 입구에도 수풀이 우거져 있다.

생활개선회 측은 홍성군이 1억원만 저리융자를 해 주면 1년 운영 후 사회적기업 지정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홍성군은 시설보조금 외에 운영비를 지원할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자부담 1억원에 보조금 17억5,000만원이라는 파격적 지원을 한 탓에 다른 단체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추가 지원은 부담스럽다. 18억원 이상을 들인 사업이 자본금 1억원이 없어 시작조차 못 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홍성군은 지난 2014년 조례개정으로 뒤늦게 보조금 반환의 근거를 만들고 생활개선회에 17억5,000만원 전액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생활개선회는 이에 보조금 반환결정 취소소송을 제기, 지난 1월 1심에서 일부패소를 하고 지난달 항소심에서 완전히 승소했다. 홍성군의 조례가 상위법의 위임범주를 벗어난데다 소급적용 불가 원칙에 반한다는 판결이다.

홍성군은 현재 상고를 제기한 상태다. 상고심에서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다면 여전히 사업 회생대책이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17억5,000만원의 혈세는 공중을 배회하게 된다. 재판 결과와는 상관없이 애당초 사업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단체에 무리한 지원을 한 것은 물론,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한 사업에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군민들도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홍성군의 한 농민은 “사업주체의 자금사정과 경영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사고를 크게 친 것”이라며 “아까운 예산을 이대로 날리느니 최소한 위탁경영을 해서라도 사업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군과 생활개선회가) 조금씩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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