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고령농-청년농 상생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 입력 2017.08.20 00:24
  • 수정 2017.08.20 00:30
  • 기자명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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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농정과제에 고령농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농업인력 고령화율이 40%를 넘었지만, 고령농은 우리 농업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농업주체이다. 고령농에 대한 대책이 복지정책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고령농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경제주체로서 농업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전통문화와 역사를 전수해 농촌사회를 보전 발전시킬 수 있는 주체이다.

농산물가격과 소득 등 농업여건의 악화와 농업기술 습득에 요구되는 기간 등으로 보아 젊은 귀농인이 우리 농업의 핵심주체가 되는 데에는 많은 세월이 걸린다. 그래서 앞으로도 오랜 기간 동안 고령농이 우리 농업의 핵심주체로서 농산물을 생산·공급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작년에 충남 어느 지역의 고령농과 청년농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에 응한 고령농의 70% 이상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영농에 종사하겠다는 의향을 보였다. 즉 농업에서는 은퇴가 없다는 의미이다. 또 고령농은 건강의료, 노동력 등 영농작업 지원, 소통 공간, 문화 및 여가 활동을 필요로 하고 젊은 농업인 육성 및 전통문화 전수 등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20세에서 49세까지 20% 정도의 농가인구와 최근 귀농하고자 하는 청년농은 우리 농업을 이어갈 후계인력이다. 청년 귀농인에게 부족한 것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사람(농촌에서 인간관계), 기술(농업기술), 돈(토지구입과 생활을 위한)이다. 새 정부가 청년농에게 직불금을 지불한다는 정책은 세 가지 중 하나만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수행하고 있는 기술교육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선배 농업인에게 직접 배우는 기술이 체득되기 쉽다. 청년농의 애로사항으로 영농인력 부족, 농업생산기반, 수익 불안정 등 경제적 문제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농경험 부족과 영농계획 수립 등 농업기술 문제와 고령농과의 소통문제를 들고 있다. 이런 애로사항은 고령농의 도움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고령농과 청년농이 농업·농촌에서 협력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고령농은 청년농에게 농업기술을 가르쳐주고 농촌사회에 맞는 인간관계를 맺게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청년농은 고령농의 영농활동을 돕고 건강을 보살피며 마을의 공동작업과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령농은 청년농에게 농지를 빌려주고 농사를 지도하며, 청년농은 고령화된 농촌의 힘든 일을 도맡아함으로써 상생 관계를 맺어간다. 마을공동체를 회복해가는 방식 중 하나이다.

정부가 청년농에게 주는 청년직불금은 농업정착을 위한 초기 몇 년의 생활비에 불과하다. 정부는 고령농과 청년농의 상생관계 형성을 위한 복덕방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또 마을공동체의 각종 시설과 기반을 관리하는데 고령농과 청년농 등 마을주민들이 참여하게 해 수당을 지급한다. 농촌사회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서비스를 이들이 직접 제공하게 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다. 이것은 기존 사업의 추진방식을 바꿈으로써 가능한 일이므로 새롭게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다.

농정 추진방식의 변화만으로도 농업현장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새 정부는 농정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이것은 농정의 목표를 농민에게 두고, 제도와 추진방식을 바꿈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고령농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농정도 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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