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든 진실은 현장에 있다

  • 입력 2017.08.13 07:19
  • 수정 2017.08.13 07:2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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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최근 영화 <택시운전사>를 봤다. 참 좋은 영화였다. 그 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5월 광주민중항쟁을 다뤄왔던 영화 중 가장 생동감 있게 광주를 표현했다. 영화의 감동이 기자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전해졌는지, 현재 1,000만 관객 돌파가 시간문제라 한다.

한편으로 본인이 기자일 하는 사람이다 보니, 이 영화의 주역들 중 기자인 두 사람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광주의 진실을 카메라에 담아 전세계에 전하고자 목숨 걸고 광주에 간 독일 기자인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광주의 참상을 담은 신문이 ‘윗선’에 의해 폐기되는 참사를 겪고 힌츠페터에게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알려 달라. 염치없지만 부탁한다”고 신신당부하던 최기자.

‘진실’을 위해 목숨 걸고 고군분투하던 두 기자를 보며, 마찬가지로 기자일 하는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기자로서 얼마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가. 나는 과연 ‘진실’을 알리기 위해 힌츠페터와 최기자처럼 목숨을 걸 수 있는가. 아니, 그 전에 난 기자로서 기본적인 도리는 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나마 지금은 민감한 내용의 기사를 썼다고 기자 눈앞에서 신문이 폐기되는 꼴을 봐야 하는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의 기자들을 위협하는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안락’에 대한 문제다. 힌츠페터는 ‘아무 일 없이 평안하던’ 일본 도쿄 프레스센터에 있다가 광주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듣고 곧바로 광주로 달려갔다.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타성에 젖어, 기사 쓰는 과정에서도 좀 더 편하게 쓰는 방식을 추구해 온 건 아닌지 뼈저리게 반성한다.

새삼 지난번 찾아갔던 고창 석산 발파 현장이 생각난다. 어느새 본인도 모르게 타성에 젖어 있던 기자에게 다시금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폭염경보가 발령된 날씨 속에 산을 오르는 등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25년간 이뤄진 발파로 갖은 피해를 겪은 주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런 현장을 스스로 발굴하고, 직접 찾아가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기자의 기본 책무 아닐까.

아울러 다시금 깨닫는다. 기자는 안락함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닌, 오직 진실을 추구하는 존재임을. 모든 진실은 현장에 있다. 광주에 ‘진실’이 있음을 알고, 안락한 도쿄를 떠나 1980년 5월 그날 광주로 향하던 위르겐 힌츠페터의 모습을, 그리고 끝까지 ‘진실’을 부여잡고자 울분을 토하던 최기자의 모습을 꼭 머리에 각인시키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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