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과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은 ‘동격’

농민의길 ‘최저임금과 농업분야 과제’ 국회 정책토론회 열어
등골 휘는 농삿일, 가격폭락도 다반사 … 삶의질 대책 ‘절실’

  • 입력 2017.08.12 06:42
  • 수정 2017.08.13 16:5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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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최저임금 1만원 시대’라는 사회적 목표는 분명해졌지만, 뙤약볕에서 고추를 따는 농민들은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열악한 하루하루를 반복하고 있다. 이에 농민들의 노동권 보장, 농민들의 소득 보장 문제를 논의하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농업분야 과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김종훈 의원 주최, 농민의길 주관으로 열렸다.

농민의길 주관으로 지난 9일 `최저임금 1만원시대, 농업분야 과제'를 논의하는 국회 정책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김영호 상임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제도란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고용자)에게 그 이상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규정한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공약했고,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15일 2018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확정했다. 임금 상승률은 16.4%로 역대 최대치다.

이날 국회 정책토론에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농민들의 경제적 부담 문제부터 발표됐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업분야 고용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많았고, ‘일꾼’을 구하는 농민들은 임금인상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농업 노동시장에 일정한 영향을 주겠지만, 단기적으로 농업 고용의 대규모 감소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김정섭 연구위원은 “농업노동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인건비 보전 문제 보다 더 시급한 것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농업노동 공급정책이다. 농번기에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지금 이 상태로 가면 농업생산력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심문희 민중연합당 농민당 사무총장은 “부부가 감당하던 농사일에 대해 2년간 이주 노동자를 고용해봤다. 이주 노동자 인건비만큼 빚으로 쌓였다”면서 농업소득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언급했다. 이어 “이주 노동자들이 농촌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보면, 농민들의 자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농민 전체를 대상으로 문제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결국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길과 이주 노동자의 권리까지 챙겨낼 수 있는 농촌을 만드는 것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최소한의 보장이라면 농민들에겐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문제가 전제돼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졌다.

전남 무안에서 2만5,000평 양파농사를 짓는 농민 박현호씨는 농민들의 고충을 생생하게 토로했다. 박씨는 “무안처럼 노지채소 주산단지는 계절적으로 일시에 일손이 대거 필요하다. 비가 오기 전날은 임금이 급등하기도 한다. 빨리 수확하지 않으면 다 망하는 거니까. 폭염에도 농민들은 일하고 쪽파작업의 경우 새벽 2시부터 일한다. 농민들의 고충은 말도 못하는데 수입양파로 최근 양파 값이 3분의1로 폭락하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노동자들의 최저임금만큼 농민들의 처우, 농산물 값 문제도 절박하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최저임금 인상문제는 농민들도 적극 지지해야 한다고 본다. 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농민들이 주장했던 농민수당, 농산물최저가격 보장과 같은 최소한의 농가소득 지원방안을 한목소리로 요청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또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노동자와 농민이 함께 삶의 질을 높여가는 변화의 단초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책토론회를 주관한 김영호 농민의길 상임대표(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는 “올 여름 얼마나 뜨거웠는지 우리는 안다. 농민들의 노동은 더위와 추위 폭풍우와 가뭄을 가리지 않아 고되지만 자신의 노동권은 물론 고용노동에 대해서도 살필 여력이 없었다”면서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람다운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명제를 잊지 말고, 농업을 살리고 노동을 살리는 일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의 실현과제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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