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 상대평가, 이대로 안 된다

‘동료가 죽어야 내가 사는’ 상대평가 농가 불만 고조
“농가협의회 활동 법적 보장 및 우리사주조합제 강구해야”

  • 입력 2017.08.04 17:02
  • 수정 2017.08.04 17:1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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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육계부문에서 계열업체와 생산농가의 최대 쟁점은 생산한 닭의 평가방법이다. 하림을 필두로 한 일부 계열업체는 상대평가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농가들은 상대평가가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농가의 단합을 헤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림 등 계열업체에선 상대평가를 도입하며 국내 육계산업이 발전해왔다고 해석한다. 사료가격을 낮추기 어려우니 생산성을 높여야 했으며 상대평가를 적용하면서 차츰 농가의 평균 사료요구율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농가의 수익개선으로 이어져 원가 절감과 경쟁력을 갖췄다는 지론이다.

그러나 하반기로 접어들어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는 지난달 계열업체 불공정행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사육농가 평가방식의 일방적 채택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계계열화업체의 상대평가에 대한 농가의 불만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불공정한 상대평가가 농가간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한 육계농가의 계사 모습. 한승호 기자

협의회는 계열업체에 사육농가 평가방식을 채택함에 있어 각 평가방식에 대한 장단점 분석결과를 사육농가에 공지하고 반드시 소속 사육농가협의회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일부 계열사업자는 사육수수료를 인하하는가 하면, 기본수수료는 동결하고 인센티브 성격의 수수료만 매년 조금씩 인상해 반영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대한양계협회 육계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상대평가방식의 문제점을 어필하고 있다. 양계협회 육계위원회는 “(상대평가는)결과적으로 ‘동료가 죽어야 내가 살 수 있는 최악의 평가방식’이라고 보고 있다”라며 “초생추와 동물약품, 사료 등의 자재가 계열업체가 공급하는 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선 상대평가가 답답하다”고 주장했다. 계열사가 공급하는 자재의 품질이 고르지 않은데 타 농가와 출하성적을 비교해 수수료를 차등지급받는 건 모순이라는 논리다.

또, 위원회는 대부분의 계열업체가 평가관련 정보공개를 거부해 불신이 팽배하다며 사육비 결정구조가 투명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혼합해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라며 “인센티브는 20% 정도를 반영하는 수준이어야 상생의 구도를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정주 건국대학교 명예교수는 양계협회의 의뢰로 추진한 표준 평가방법 개발 연구 최종보고서에서 “상대평가에서 상·하위 10%를 제외하고 평균값을 산출해 서열을 정하는 방식도 독소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표본조사 결과 전체 평균보다 상·하위 10%를 제외한 평균에서 생산성 지표(평가기준)가 더 상승했기 때문이다. 상·하위 10%를 제거하고 기준을 책정하면 생산농가를 더 경쟁으로 내몰게 된다는 의미다.

김 교수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양계협회 소속 94농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상대평가로 가야한다는 계열업체의 주장에 동의하는 응답은 단 2농가(2.1%)에 그쳤다. 이에 김 교수는 “일반 기업 중 노조가 없는 기업에선 노조가 있는 기업에 비해 기본급 비중이 낮고 성과급 비중이 높아 종업원의 임금구조가 불안정하다. 육계 사육농가의 수익구조도 이와 비슷하다”라며 “사육농가협의회의 활동이 법적으로 보호받도록 축산계열화법에 명시하고 우리사주조합제를 도입해 사육농가가 계열업체의 우리사주 조합원이 되는 방안을 다시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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