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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울 때 제 맛’ 옥수수가 익었다쫀득한 맛의 대명사 ‘괴산 대학찰옥수수’ 수확 한창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농민들, 여명과 동시에 옥수수밭으로

가뭄 이겨낸 결실, 고스란히 옥수수에

여기가 옥수수밭이구나, 분간이 겨우 될 만큼 여명이 밝아오자 키 큰 옥수수밭 속으로 농민들이 하나 둘 숨어든다. 잠시 후 낫질하는 소리와 더불어 2미터 남짓 훌쩍 큰 옥수수 대가 여기저기서 흔들리며 적막한 새벽을 깨우듯 파열음을 내기 시작한다.

잘 여문, 단 한 개의 옥수수를 수확한 뒤 옥수수 대의 밑동을 잘라 밭 사이로 길을 연다. 농민들이 지나는 밭고랑 사이로 옥수수 대가 수북이 쌓이고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노란 포대에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옥수수가 차곡차곡 담긴다.

지난 10일 충북 괴산군 감물면 구월리의 한 옥수수밭, 약 1,500평 남짓 되는 밭에서 서동준(57)·오주연(54)씨 부부와 러시아 이주노동자 2명이 옥수수 수확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쫀득쫀득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인 괴산의 명물 ‘대학찰옥수수’다. 모종을 심은 지 100여일만인 지난 6일, 첫 수확을 시작한 이래로 매일 새벽 4시 30분이면 어김없이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올 봄과 여름을 관통하는 지독한 가뭄 탓에 밭 옆으로 흐르는 ‘달천(達川)’에서 물을 대는 것부터 ‘전쟁 같은’ 일상을 치른 뒤라 생각 이상으로 잘 여문 옥수수를 수확하는 감회가 남다르다. 서씨는 “스프링클러를 돌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옥수수가 어느 정도 자란 뒤에는 밭고랑에 직접 물을 대야 해 맘 편한 날이 정말 하루도 없었다”며 “인근 밭에선 우리 옥수수가 제일 잘 큰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가 농사짓는 옥수수밭 전체 규모만 해도 1만여평, 매일같이 이곳저곳 흩어져 있는 밭을 드나들며 감내했을 노동을 감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며칠째 오락가락 하던 비는 이날도 빗겨가지 않았다. 이날 보낼 택배 물량을 맞추기 위해 수확이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쏟아지기 시작한 비는 어느새 장대비로 변했다. 그러나 2모작을 위해 준비한 옥수수 모종을 옮겨 심는 일이 남았다. 지금 수확하는 물량이 ‘여름옥수수’라면 새로 심는 모종은 ‘가을옥수수’가 될 참이다.

농민들은 옥수수 대를 걷어낸 면적만큼 모종을 다시 심었다. 비와 땀이 뒤섞여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 몸이 젖었다. 포대에 담긴 옥수수를 트럭에 싣고 가져온 모종을 모두 심고 나서야 밭일이 끝났다. 오전 9시 3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괴산IC 인근 장연면 방곡리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분류작업이 시작됐다. 옥수수 30개를 한 포대에 담아 집 앞 가판대에 차곡차곡 쌓았다. 포대에 담지 못한 옥수수는 삶기 위해 껍질을 벗겼다. 동시에 옥수수 판매대 옆 가마솥에 불을 지폈다. 옥수수 한 포대 가격은 1만5,000원, 삶은 옥수수는 6개에 5,000원을 받았다.

오씨는 “농사에 들인 각종 비용이나 품을 생각하면 (한 포대에) 2만원은 받았으면 좋겠다”라면서도 “시장이나 상인에게 파는 것보다 직거래로 대부분 판매할 수 있어서 그나마 낫다”고 말하며 웃었다. 한 번 맛 본 소비자들이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른 아침부터 오씨 전화에 수시로 벨이 울렸다.

포장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될 무렵 옥수수를 삶은 가마솥이 하얀 김을 피어 올렸다. 뚜껑을 열자마자 구수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뜨거울 때 제 맛’이라는 옥수수를 건네받았다. 손에 잡기도 어려울 정도로 뜨끈뜨끈한 옥수수를 한 입 베어 무니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다만 서씨는 “평소보다 너무 삶았는데…”라고 말끝을 잠시 흐리며 아내를 곁눈질했다.

팁 하나. 평소에 맛있게 삶는 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오씨는 그 비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옥수수가 잠길 만큼의 물을 먼저 끓인다. 둘째, 물이 끓으면 약간의 소금(달게 먹을 경우 약간의 뉴슈가)과 함께 옥수수를 넣고 강한 불에서 15 ~ 20분 끓인다. 주의할 점은 중간에 절대 뚜껑을 열지 말 것. 셋째, 남은 옥수수는 랩으로 싸서 냉동보관 했다가 같은 방법으로 조리한다.

이제 막 수확이 시작된 괴산 대학찰옥수수는 8월 하순까지 지속적으로 출하될 예정이다. 여름을 대표하는 맛 중 하나인 옥수수의 쫀득하고 구수한 맛 속엔 “해도 너무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던” 가뭄을 극복하려 애쓴 노동의 쓴맛도 깃들어있음을, 하여 인터넷 창에 ‘괴산 대학찰옥수수’를 검색하는 소비자들의 손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사심 가득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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