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중금마을] ‘에너지 자립’ 실천 쌓은 공동체

전북 임실군 중금마을 `후쿠시마는 위대한 스승' 자발적 실천들이 모여
`한국판 가비오따스'로 농산물 탄소량도 감소

  • 입력 2017.07.02 10:57
  • 수정 2017.07.02 11:12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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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26일 전북 임실군의 에너지 자립마을인 중금마을 입구에서 김정흠 임실군 지속발전가능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마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후쿠시마는 위대한 스승이다.’

입간판의 문구부터 참 신선하게 다가왔던 전라북도 임실군 중금마을. 이곳은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터졌던 일본 후쿠시마를 ‘스승’으로 모시는 곳 답게,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들기 위해 실천 중이다.

마을 구석의 무인카페에서 임실군 지속발전가능협의회 김정흠(51)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중금마을을 에너지 자립마을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2008년 8월 부안군에서 자전거 풍력발전기 제조 관련 워크숍에 갔다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김 위원장은 이후 중금마을에서 에너지 자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시작은 어려웠다. 초창기에 주민들은 ‘에너지 자립’ 관점에 동의하지 않았다. “주민들을 설득해 3kw짜리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려 했는데, 비용이 1,400만원이 드는 걸 누가 선뜻 동의하겠냐”며 김 위원장은 잔에 든 커피를 들이켰다. 건전지 같이 생긴 중국산 태양열 설비를 한때 잠깐 설치한 적이 있는데, 그게 고장 나도 그냥 내버려둬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실천했다. 김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에너지 자립을 한다는 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도 해당된다”며, 다른 거창한 것보다 쓰레기 재활용 및 분리수거부터 주민들과 합심해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재활용을 통한 쓰레기 감축만으로도 상당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고, 주민들의 생활비용도 절약 가능하다. 태양광을 당장 설치하는 것과 달리, 충분히 주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도 있었다. 이 노력으로 임실군에서 상도 받았고, 상금으로 쓰레기 간이집하장도 설치했다. 쓰레기 집하시설 중 한 군데의 지붕엔 초가를 덮어, 지붕의 볏짚이 썩어도 농사용 퇴비로 쓰는 자원순환이 가능하게 했다.

마을 주민들의 실천력과 공동체 의식 강화를 확인한 김 위원장은 “그 뒤 차츰 태양광 설비 설치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지원을 받아, 원래대로라면 한 대당 400만원의 자부담을 해야 하는 태양광 설비를 100만원만 부담하고 설치했다. 이젠 마을 방앗간에도, 마을회관에도 태양광 시설이 있다. 기자가 이날 김 위원장을 만났던 무인카페도 재생에너지 체험시설 중 하나였다. 이곳 일대엔 쉐플러 태양열조리기, 자전거발전기, 풍력발전기, 태양열온수기 등 온갖 시설이 들어섰다. 이 정도면 에너지 자립마을의 대명사인 콜롬비아 가비오따스 마을이 안 부럽다.

마을 입구 옆엔 마을공동농장인 ‘희망텃밭’이 있었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바이오디젤, 폐식용유를 원료로 트랙터를 운전하고, 비료와 농약도 안 쓴다. 농사는 유기농 방식으로 짓는다. 이 밭에서 재배한 배추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한 결과, 기존 농법으로 재배한 배추 한 포기의 0.65kg보다 40% 가량 낮은 0.4kg으로 줄었다.

공동체의 실천 과정에서 마을의 ‘무형문화재’가 생겨났다. 이름 하여 ‘할머니 유랑극단’. 쓰레기 재활용 캠페인 과정에서 주민들이 조직했다. 마을 쓰레기 집하장에서 만난 마을주민 최영옥 할머니에게 김 위원장이 “할머니, 연극 보여주세요”라고 대뜸 말한다. 최 할머니는 “아유, 난 쓰레기는 그냥 몽~땅 봉투에 담아 버리면 되는 줄 알았구마잉!” 하며 천연덕스럽게 연기력을 발휘했다. 연령대 78~89세인 이 유랑극단은 노익장을 발휘해, 지난해 7월 전북도가 주최한 제3회 생생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에너지 자립’이란 철학을 기반으로 중금마을은 공동체를 강화했고, 주민들의 자발적 실천력도 높아졌다. 김 위원장은 “에너지 자립을 위해 작은 것부터 함께 실천해 온 게 유효했다”며 “실천을 통한 공동체 문화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좋은 데 쓰는 경험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런 경험들이 부족했기 때문에 ‘503번(박근혜의 죄수번호)’이나 우병우 같은 괴물이 나왔던 것”이라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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