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농협 망쳐선 안 된다”

  • 입력 2017.06.23 13:16
  • 수정 2017.06.25 11:41
  • 기자명 김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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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귀농인 부부인 한윤숙, 박성우씨가 충남 당진에 위치한 자신들의 밭에서 대파를 수확 중이다.

“돈 앞엔 양심도 없나보다. 부정선거한 자들이 활개치고 오히려 반성을 촉구한 우리를 ‘돈 봉투 못 받아 시위했다’며 파렴치범으로 내몰았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가냘픈 여성농민이 울분을 토했다. 지난 4월 6일 충남 당진의 S농협 앞에서 ‘이사 당선되셔서 기쁘십니까, 저는 농협조합원인 게 창피합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했던(본지 751호 기사관련) 한윤숙, 박성우 부부를 찾았다. 바쁜 중에 지난 60일 동안 두 사람이 겪은 외로운 농협개혁 투쟁의 얘기를 들어본다.

- 박성우씨가 대의원인데 정작 1인시위는 부인 한윤숙씨가 했다.

박성우 지역에서 힘 있는 자에겐 친절한 반면 힘없는 농민에겐 불친절해서 이런 것을 바꾸려 대의원이 된 것이다. 금품선거 제보를 받고 아내와 1인시위를 하려고 했는데 대의원이라 절차를 밟아야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내만 1인시위를 하게 됐다.

- 1인시위 뒤 농협이 개선책을 세웠는지.

한윤숙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이 사건을 덮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것 같았다. 처음엔 이사들로부터 ‘일부 금품선거가 있었던 점에 송구스럽다’는 사과와 ‘앞으로 금품선거, 흑색선전 등의 부정선거 재발방지’ 서명(사진) 을 받고 덮으려 했던 일이다. 그래서 경찰 조사에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 당시 조합장한테도 서명을 받으려 했지만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 제외시켰다.

- 지난 이사선거에서 뿌린 돈의 규모는 어떠했나?

한윤숙 들리는 소문에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30만원씩 돌렸다는데 어떤 사람은 후보자 11명 전체에게 돈 달라고 전화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박성우 대의원이 60명인데 표가 30표만 넘으면 당선권이다. 이사 선거방식은 1인 7표로 후보가 돈 줘도 탈 없고 무난한 사람 30~35명만 돈봉투를 돌렸다는 추측이 된다.

- 돈을 뿌린 사람이 문제인가 받은 농민이 문제인가?

한윤숙 농민이 문제다. 돈 몇십만원에 농협을 망치는 거다. 총회 때 주는 일당과 후라이팬 선물을 반납하라고 한 적도 있다. 또 나눠먹기식 대의원 선출방법도 문제인데 고령에 농업과 상관없는 자들도 많다. 특히 이사에게 지급하는 일당이 4년간 약 1,500만원인데 이 돈이 불법선거자금으로 변질되고 있어 이 제도의 폐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 왜 다른 조합원들은 대응하지 않는가?

박성우 그게 어렵다. 인적 구성이 지역사회다 보니 서로 얽혀있어서 결국 문제제기한 사람만 왕따시키며 나쁜 놈으로 만들고 있다.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난 4월 벌어진 S농협 금품선거에 대한 재발방지를 약속한 이사진의 서명.

한윤숙 재발방지 서명을 받고 좋게 끝내려 했는데 우리가 돈봉투 못 받아 1인시위했다며 명예를 훼손했다. 이제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증거자료를 언론과 검찰에 제공하고 농민회와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금권선거가 통하는 곳이 바로 농협이란다. 특히 이번 사건을 취재하는 중에 이 지역 면천농협에서도 현직 조합장의 사전 금품살포로 법원에서 자격이 상실돼 4명의 후보가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대체로 농민들은 이 선거에서도 돈이 당락을 결정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언론은 당진 한윤숙, 박성우 귀농인부부의 농협개혁 투쟁을 향한 촛불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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