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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방역, 근본부터 뜯어 고치자[ 연재기획 ] 우리 축산의 대안을 찾다
AI방역 실패 인정·정부책임 높여야 의례적 대책 사라져
방역비용 국가부담·살처분정책 제고·방역국 및 독립평가기구 설치 등 과제 산적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2017년, 우리의 축산은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공연한 수식어가 아니다. 가축질병, 수급불안, 무허가축사 적법화, 기업의 축산업 진출, 수입축산물의 거센 도전 등 만만치 않은 현안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급한 불을 끄는데 매달리다보면 등 뒤에서 태풍이 불어 닥친다. 축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는 규모화, 산업화가 이제 축산농가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본지는 축종별 현안을 넘어 축산 전체를 아우르는 화두를 던지려 한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축산의 미래를 걱정하는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시도다. 일대 전환점을 맞은 축산이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혜안을 통해 대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1. 방역체계 현장부터 돌아보라|

① AI발생 반년, 사지로 몰린 오리농가

② 현장 지키는 방역사, 내일은 있는가?

③ 모르기에 확산되는 공포부터 막아라

④ 축산방역, 근본부터 뜯어 고치자
 

고병원성 AI가 덮쳤던 충북 음성군의 한 오리농장은 적막만 감돌았다. 빈 농장을 기자와 둘러보던 농장주는 탄식조로 기자에게 물었다. “정부는 14년 동안 뭘한건가?”

우리나라에선 14년 전인 2003년에 AI가 최초로 발생했다. 그 뒤 14년이 지나 대통령이 직접 “AI대책이 의례적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근원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14년 동안 가금농가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가 각론은 달랐지만 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정부의 책임을 보다 강화한 대책을 주문해왔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AI 발생 전엔 방역에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며 큰소리를 치다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엔 책임을 지자체와 농가에 떠넘기는 모습이다. 농가와 가금생산자단체들이 “아무리 방역을 철저히 해도 소용이 없다”는 목소리엔 귀를 닫았다. 지자체의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단 SOS 신호엔 입을 닫았다.

충청북도가 지난 3월 잠정집계한 지역별 방역비용을 보면 음성군은 보상금, 매몰비용, 방역비용 등 총 191억원이 투입됐다. 이 중 음성군이 부담해야할 비율을 따지면 도비와 교부세 지원을 포함해도 최소 50억원의 재정 지출이 추산된다.

음성군 조직도상 가축방역팀의 인원은 6명으로 어느 기초지자체보다 인력이 많이 배치됐다. 그러나 이 방역팀이 모든 가축질병에 관한 농장, 도축장, 유통시장 방역상황을 점검하고 교육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방역업무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질수록 세세한 부분까지 손이 미쳐야 하는데 “까고 들어가면” 손대야할 곳이 넘쳐난다.

충북도 차원에선 정부에 제안했던 겨울철 휴업제를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등 다가오는 겨울을 앞두고 나름의 방역대책 수립에 나섰다. 충북도는 도의회에 겨울철 휴업제 예산 4억2,000만원을 포함한 추경안을 올려둔 상태지만 중앙정부의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지난 13일 충청북도청에 설치된 구제역·AI 종합 상황실에서 박재명 충북도 동물보호팀장이 방역 추진상황 현황표를 점검하고 있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보호팀장은 “농촌지역 지자체는 재정여건이 어려운데 정부가 지방에 살처분 등 방역비용을 부담지워 힘들다”라며 “살처분보상금과 매몰비용을 예전처럼 정부가 부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최소한 예방적 살처분 농가 보상은 국비로 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박 팀장은 “방역인력은 결원은 다 채웠지만 시군 단위에 추가 인원 배정이 필요하다. 행정차지부가 인건비를 확충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가 기존 방역정책의 실패를 인정해야 근본적 방역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살처분과 백신을 둘러싼 논쟁은 농식품부의 소극적인 대처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장은 “살처분 정책은 이번 사태에서 확산을 막는 데 실패했다. 이대로면 올 겨울에도 피해가 클 것이다”고 경고했다. 윤 회장은 “의학에서 환경관리, 차단방역, 면역증가가 다 맞아야 질병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농가가 방역과 관리에 만전을 기해도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수치는 66%란 뜻이다”라며 “백신정책을 시행해도 긴급백신(발생농장 중심 백신존 형성)에 무게가 가는 분위기인데 위험지역에 미리 면역체계를 갖추도록 예방백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에선 AI관련 연구가 활발한데 우리는 피해가 심한데도 관련연구가 미진하다”라며 “정부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우선 지금까지 역학조사를 포함한 AI관련 정보공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찰 역시 기존 국내의 범위를 넘어 국제적 공조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뿐 아니라 북한과도 가축질병 방역공조가 갖춰져야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철새의 이동경로에 있으며 중국보다 가까운 북한과 공조가 갖춰지지 않으면 방역구멍을 막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쏟아져 나온 대책을 총망라해 현실화하려면 자체 예산을 운영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 내 방역국 설치는 필수라는 게 축산부문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장은 “방역을 전담해 자체 예산과 정책을 세울 수 없으면 의례적 대응이 반복되지 않겠냐”라며 “방역국과 아울러 방역정책을 평가하는 독립된 기구가 있어야 한다. EU에선 독립된 방역 평가기구가 대국민소통 업무도 맡고 있어 방역정책의 신뢰도에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 학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의례적인 AI대책에 문제제기를 한만큼 남북간 방역공조, 방역국 및 독립된 평가기구 설치에 진전이 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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