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추경예산, 백신 수입·형광등 교체에 쓰여

농업농촌분야 일자리 지원·민생안정 지출 … 추경 편성 취지 무색
“쌀값 대책·가뭄 등 현안 사업 배정 없어” … 농업이해 수준 ‘바닥’

  • 입력 2017.06.16 15:29
  • 수정 2017.06.18 17:3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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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목표로 11조2,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추경 예산안 세부내역에 실망스럽단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98억원의 추경예산안이 구제역 백신 수입과 유관기관의 형광등 교체에 대부분 편성됐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017년 추경예산안 98억3,100만원에 대해 “농업·농촌분야 일자리 지원 및 민생안정을 위한 지출 확대”라고 기본방향을 밝혔다. 또 정부의 추경편성 방안이 ‘일자리 관련성’과 ‘연내 집행가능 사업’이란 점을 짚으며 계속사업 위주로 선정하되, 일자리 공약사업·일회성 사업은 신규도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농식품부의 이번 추경예산 세부사업을 살펴보면 △귀농·귀촌 활성화에 5억2,900만원을 추가해 당초 5월까지 운영하려던 조선업희망센터 귀농귀촌상담소를 연말까지 연장하고, 도시민 450명의 귀농귀촌교육을 확대한다. 또 △농식품분야 벤처·창업자 대상 교육에 1억6,000만원을 세워 교육지원 대상자 확대에 쓴다. △귀농인 창업지원자금 2차보전에 4억2,200만원을 책정해 영농기반과 주택구입도 돕는다는 계획이다. 농업분야 일자리 확대에 귀농귀촌에 집중한 양상이다.

그러나 가장 많은 예산이 편성된 분야는 구제역 백신 수입과 농식품부 유관기관 LED등 교체다. 실제 △구제역 백신 완제품 수입 64억원 △국외 구제역 항원뱅크 농축·비축 13억5,000만원 △유관기관 LED등 교체 9억7,000만원 등 98억3,100만원 중 87억2,000만원을 배정해 90%가 쓰일 예정이다. 쌀값 대책, 가뭄 등 시급한 현안이 즐비한 가운데 알맹이가 없는 추경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한 구성이다.

이에 농식품부 기획재정담당관실 관계자는 “쌀 생산조정제 예산은 이번 일자리 추경과 직접 연관 지을 수 없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와의 협의사항이다”라며 “구제역 백신은 국내 A형 구제역 발생에 대비해 O+A형 백신 완제품, 320만 마리 분을 추가 구입한다. 긴급 상황 발생시 즉시 대응이 가능토록 한 조치다”고 설명했다.

LED등 교체 예산도 도마 위에 올랐다. 농식품부가 농림축산검역본부 3억8,400만원을 비롯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800만원, 농식품공무원교육원 1억9,800만원, 한국농수산대학 3억300만원, 국립종자원 7,700만원 등 모두 9억7,000만원을 올해 안에 LED등 교체 사업을 집행하기 위한 추경예산으로 세웠다.

비단 농식품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12일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번 추경안은)공무원 늘리고 곳곳에 LED등 교체 예산만 가득하다”고 질타했다. LED등 교체 추경은 교육부 1,290억원, 법무부 460억원 등 14개 부처 2,003억원 규모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산업정보예산과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용합리화 규정에 따라 올해 안에 각 기관별로 LED등을 80%까지 교체해야 하는데, 달성률이 저조해 추경편성이 됐다”며 “일자리와 직접적 연관 짓기는 무리가 있지만, 국무회의를 통과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농해수위 여당 관계자는 “추경 총액 중 농업분야 비중도 적을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쌀, AI를 비롯해 영농이나 마을일자리 등 긴급하게 쓰여야 할 예산편성에 아쉬움이 크다. 새 정부 역시 농업문제에 대해 갈 길이 멀다”고 하소연했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일자리 추경이라더니 농업분야는 일자리 창출이 전혀 없다. 이는 농업에 대한 인식과 목표가 일천하다는 반증”이라며 “오죽하면 추경안이 형광등 예산, 수입백신 예산이 됐을까. 농민의 한사람으로서 창피하고 어처구니없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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