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이여 이제 영면하시라

  • 입력 2017.06.16 12:02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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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이 사망한지 26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망신고를 하지 못했다. 원인은 사망진단서 때문이다. 명명백백한 경찰의 물대포에 의한 살인임에도 사망진단서는 ‘병사’로 기재됐다. 주치의 백선하 교수는 가족들이 연명치료를 거부해 사망했으므로 병사라는 주장이다. 결국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는 논란의 중심이 됐고, 서울대병원에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에 이르렀다.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에서는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외인사’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측은 사망진단서는 주치의의 의학적 판단과 철학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주치의 동의 없이 수정할 수 없다는 궤변으로 일관해 왔다.

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공권력의 폭력임이 명백하다. 그래서 이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지워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잘못된 사망진단서에 막혀있었다. 동서고금에 한 인간의 명백한 사인이 이렇게 왜곡된 사례가 또 있을까 싶다. 백남기 농민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고, 그 과정에 머리를 크게 다쳐서 의식을 잃었다.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이 모든 과정이 기자의 카메라에 그리고 경찰차의 CCTV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보편적 상식을 가진 국민은 경찰 물대포 때문에 백남기 농민이 사망했다는데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의료인들 또한 같은 의견이다. 그런데 유독 서울대병원측만 병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서울대병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주치의였다. 독불장군식의 사망진단서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부각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마침내 지난 15일 서울대병원은 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을 ‘외인사’로 수정했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만시지탄이다.

이 당연한 결론이 은폐되는 동안 260여일의 시간과 가족들의 고통, 그리고 수천 수백만이 거리로 나왔다. 남은 것은 철저한 수사를 통한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 더불어 백남기 농민의 소박한 소망이었던, 농민들이 농사짓고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이것이 억울한 죽음을 맞은 백남기 농민을 영면에 들게 하는 출발점이다. 또한 졸지에 아버지와 남편을 잃은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길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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