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 사업, 이게 최선입니까

  • 입력 2017.05.26 15:04
  • 수정 2017.05.26 15:0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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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직불금을 제외한 농업에서의 보조 사업은 주로 생산 기반 마련을 위해 지원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보조 사업이 적용되는 각종 비료 및 농자재, 농기계 및 시설 품목의 경우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는 부조리가 비일비재하고 나타나고 있다. 농민을 위한 보조 사업이건만 결국 혜택은 관련 업자들이 보는 셈이다. 한 농민이 들녘에 뿌릴 비료를 트랙터에 부착된 살포기에 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올해 초 결정된 쌀 직불금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을 갱신하자 재계와 보수경제지를 중심으로 ‘퍼주기’라는 표현이 쏟아졌다. 쌀 가격이 그만치 떨어지게 만든 원인은 무시한 채, 경제논리를 앞세워 제도와 농민을 동시에 ‘후려치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들은 농업과 농촌에 대한 나라의 전반적인 인식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우리나라 농민 1인당 연간 보조금 수령액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014달러의 5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도·농간 소득격차 비율은 50%가 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의 절반이 보조금이라며 너무 많다는, 그 따가운 시선을 받는 농민은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그 보조금들이 정말 100% 농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을까.

여기, 둘째가라면 서러울 농업 적폐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보조 사업’으로 통칭하는 우리나라 농정의 농가 보조금 간접 지불 제도다.

우리나라의 농가 보조금은 크게 직접 지불과 간접 지불로 나눌 수 있다. 쌀 고정·변동직불제로 대표되는 소득 보전 목적의 직접 지불제의 작년 예산이 2조원 가량으로 전체의 14%를 차지했는데, 보조금 전체 규모를 보면 농식품부 전체 예산 약 14조원 중에서 46%를 차지했다. 보조금 하면 직불제라는 인식이 크지만 실은 직불제보다 두배가 넘는 규모의 예산이 각종 보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간접 지불된다.

보조 사업을 접하는 농민의 심정은 복잡하다. 이전에 1,000원에 사오던 물건이 지금은 1,500원이 됐다. 나라에서 절반을 내줄 땐 750원에 살 수 있으니 250원을 아낄 수 있지만, 항상 보조를 받고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편으론 왜 250원이 아니라 500원을 아낄 수는 없는지 의문이 든다.

보조 사업의 현 실태는 ‘나랏돈은 눈 먼 돈’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농촌에서의 보조 사업은 소득 보전이 아닌 생산 기반 마련을 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각종 농자재와 시설을 판매·건축하는 업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업자들은 보조 사업이 적용된 품목의 가격을 슬그머니 올리고, 나라에 의해 승인된 그 상승분은 고스란히 국가의 예산으로 채워져 업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 자부담율 50%라는 규정 때문에 농민의 부담이 그다지 줄지 않은 현실은 덤이다.

그나마 농민에게 돌아가는 돈도 공평하지 않다.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들로 인해 생기는 귀농인-원주민, 대농-소농 간 공정하지 못한 분배로 보조 사업에서 소외되는 이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욕심 많은 이들이 제도의 허술함을 이용해 국고를 넘보다 적발되는 일은 이제 놀랄 뉴스도 아니다.

문제가 끊이질 않는데도 농식품부는 여전히 농민에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간접 지불 형태의 보조 사업을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밑 빠진 독에 ‘퍼주기’가 아닐까. 보조 사업이 정녕 농민 전체를 위한 정책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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