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유업체 비락 소속 165개 농가가 지난 16일 오후 12시 부산 문현동 비락 본사 앞에 모였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2015년에 8%, 같은 해 10월부터 1년간 추가로 5%의 쿼터를 감산한 후 약속한 기한이 지나서도 쿼터를 회복시키지 않은 본사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그간 비락연합회는 감축쿼터 13% 원상복귀 약속이행을 촉구하면서 12차례에 걸쳐 공장과 본사에 방문했다. 그러나 쿼터를 돌려받기로 한 날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농가들은 이를 기업의 ‘갑질’행위로 규정하고 총궐기대회에 나섰다.
충북 보은에서 내려온 차정임(55)씨는 “본사에서 우유를 잘 팔아야 하는데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착잡한 마음으로 올라왔다”며 “우리는 쉬는 날도 없이 비가 와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매일 새벽 4시부터 일하는데 본사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옆집이 다른 집유처로 옮길 때 우리도 옮겼어야 했나보다.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는 푸념까지 새어나왔다.
현장을 찾은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낙농육우협회가 비락에 공문을 보내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해 합의점을 찾자고 했으나 답변은 오지 않았다. 쿼터는 곧 재산권이다. 농가의 재산권을 함부로 하는 것은 갑질”이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모회사인 한국야쿠르트에도 강력히 항의할 뜻을 밝혔다.
비락연합회 지도부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비락 사무실로 올라간 후 충북과 경북, 경남에서 모인 농가들은 점심도 먹지 못한 채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대오를 흐트리지 않았다.
아버지 농장을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경북 김천의 이장욱(41)씨는 “본사가 열심히 하는 게 보이지 않아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팔아야할 우유는 안 팔고 농가한테 사료를 팔고 있다”며 비락의 행태를 꼬집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농가들은 비락이 농가에게 사료 구매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병환 경주·포항연합회 부회장은 “사료를 파는 것이 대리점 구조도 아니고 구매 수익만 어마어마하게 남기는 구조다. 지도부들이야 배짱으로 본사 사료구매를 거절할 수 있지만 일반 농가들은 불이익을 당할까 어쩔 수 없이 사료를 구매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협상을 시작한 지 2시간이 다 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자 기다림에 지친 농민들은 직접 사무실로 올라가 일정기간 감축했던 쿼터를 복구하라며 강력하게 의사를 표현했다.
협상에 나섰던 권용섭 비락연합회장은 “협상을 하려했더니 말을 빙빙 돌리고 사장은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다”며 협상이 부결됐음을 알리고 추후 2차 집회를 시사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비락 본사에서는 내부 회의를 거쳐 24일까지 답변을 주겠다고 말했으나, 소속 농가들은 “여태까지 얼마나 요구했던 일인데 집회 한 번에 되겠나”라며 “한국야쿠르트로 가던, 광화문으로 가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