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앞에 무너진 농심

경찰 조사 시작되자 송산농협 일부 당선 이사 사퇴

  • 입력 2017.04.28 10:59
  • 수정 2017.04.28 11:01
  • 기자명 김희봉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쌀값 등 농산물 가격 폭락은 농협이 농산물유통기능 등 제 역할을 못해서라는 비판이 높다. 농민들은 그 중심에 무능한 임원이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지난달 6일 당진시 송산농협 앞에선 한 조합원이 지난 3월 23일 실시된 이사선거에 대해 ‘욕은 저희가 먹을테니 금품선거의 고리를 끊어주세요’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송산농협 이사선거 금품수수 의혹은 당진경찰서 지능수사팀이 지난달 송산농협 대의원 전원을 소환조사하면서 알려졌다.

조영동 당진경찰서 지능수사팀장은 “1인 시위에 나섰던 H모 여성조합원이 비위내역은 모른다고 해서 전체 대의원을 상대로 조사한다”는 것이다. 경찰조사가 시작되자 제보 농민들은 “좁은 지역이라 입장이 곤란하다”면서 취재협조를 거부했다.

이름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농민들은 “어느 조합이건 선거 때마다 20만에서 30만원씩 현금이나 상품권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농협에 근무했던 류광열씨는 “상품권을 돌렸다면 상품권 발급대장만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이 조사에 들어가자 K모 이사와 H모 이사는 사퇴하면서 “죄지어 사퇴하는 게 아니라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 더러워서 사퇴한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또 낙선한 Y모씨는 “커피 한 잔 사주지 않아 낙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Y씨는 “조합원들 대부분이 이번 사건이 잘 터졌다고 하지 잘못 터졌다는 조합원은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조합원 C모씨도 “이사선거도 조합장선거 때 동시에 치르면 비용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조합원들이 능력과 청렴성을 보고 뽑아야 하는데 바른말하고 돈 안 뿌리면 왕따시키는 게 농협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재구 전국협동조합노조 서산축협지부장은 “임원선거를 조합장선거처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고 출마자격도 출자금이나 거래규모보다는 청렴성과 전문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토론식 선거운동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5년부터 조합장선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면서 고질적인 농협조합장 돈봉투선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게 농민들의 평가다.

앞으로 당진시농민회 협동조합개혁위원회는 송산농협 돈봉투 부정선거 사건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돈봉투 앞에 무너진 농협 개혁을 위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