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협중앙회는 손 뗐지만 경기농림진흥재단(대표이사 최형근, 재단)의 ‘갑질’ 논란은 여전히 남았다.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 농산물의 전처리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재단은 해당업체들의 입장을 묵살하고 정작 전처리 시설도 안 갖춘 공급대행업체를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민들의 혈세 8억원을 투입하게 생겼다. 이에 기존 전처리업체들은 재단이 특정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17일~2월 10일 진행한 경기도 친환경 급식 전처리업체 공모에서, 재단은 업체 수를 기존 6군데에서 3군데로 줄이더니, 결과적으로 농협중앙회가 발을 빼긴 했지만, 농협중앙회를 새 전처리업체로 뽑았다가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본지 743호 기사 참조). 재단은 이에 더해 상품화 품목 10개 중 4개(양파, 대파, 쪽파, 마늘)를 ‘기피품목’으로 제외했다.
지난해까지 해당 품목들의 전처리 업무를 맡아오다 올해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영농조합법인 ‘김포유기농’ 고재평 대표는 “이는 재단 측의 명백한 갑질”이라 운을 떼며 “재단은 일방적으로 지난해까지 전처리업체들이 담당해 온 4개 품목을 올해 전처리 대상에서 제외시킨 채 공모했고, 4개 품목의 전처리를 공급대행업체인 농업회사법인 ‘신선미세상’에 맡겼다”고 밝혔다.
문제는 신선미세상엔 전처리 작업시설이 없다는 사실이다. 재단은 신선미세상이 위치한 광주시 경기도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 전처리 시 발생하는 흙먼지, 파·마늘 냄새 제거용 집진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여기엔 무려 8억원의 경기도 예산이 투입된다. 이미 전처리 시설을 갖춘 업체를 두고 신선미세상에 업무를 맡겨 불필요한 지출이 생기는 것에, 전처리업계 관계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통 과정에서 재단의 ‘일방통행’ 문제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전처리업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공모 과정을 세척, 비세척 분야로 나눴던 게 올해는 업체들과 논의도 없이 A, B 분야로 나눴다. 업체 수를 줄이는 과정도 그랬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하다못해 2015년까진 1년에 형식적이나마 최소 4차례씩 간담회라도 진행했는데, 작년 딱 한 번 간담회를 진행한 후 아무런 소통 과정도 없다”고 분개했다.
게다가 올해 공모에서 재단이 선정한 4개 업체는 모두 경기도 동부지역에 위치한 곳들로, 이로 인해 경기도 서남·서북부 지역 학교들에서 발생하는 급식 관련 클레임을 처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고재평 대표는 “만약 파주나 의정부 등에서 클레임이 나오면 이를 위해 용인, 양평 등에 위치한 전처리업체가 차 끌고 거기까지 가야 한다. 급식 조리하는 시간이 한정돼 있는데, 클레임이 접수되면 전처리업체는 적어도 10시 30분까진 학교에 가야 하는데, 시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거기까지 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대다수의 업체들이 먼 곳의 클레임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토로했다. 자연스레 클레임이 제기된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배송업체는 가까운 곳의 일반 농산물을 비싼 가격에 구할 수밖에 없다.
고재평 대표는 재단 및 그 상부기관인 경기도청(도지사 남경필)에 대해 전처리업체 선정에 있어서의 공정성·현실성·투명성을 확보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달 28일 경기도청 앞에서 1인 시위까지 진행했다. 고 대표를 비롯한 전처리업계 관계자들은 재단 및 경기도 측에 적법한 절차와 현실성 있는 방식으로 전처리업체 재공모를 실시할 것을 촉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