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가, 농업 살리는 6가지 희망 키워드를 실현하라”

[ 농정대개혁안 마련 토론회 ]

  • 입력 2017.02.18 18:15
  • 수정 2017.02.20 09:32
  • 기자명 원재정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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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지는 농민에게 / 개방농정 폐지 /농가소득보장 

지속가능한 농업 / 여성농민을 농업의 주체로 / 통일농업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새로운 대한민국 농업대혁명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토론회에서 안주용 민중연합당 농민당 대표가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 할 과제로 농가소득보장정책을 들었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농정개혁’을 논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느 때부터 농사만 지어서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농업은 병색이 짙어지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던 농업의 근본문제를 도려내자고 농민들이 나섰다. 민중연합당과 김종훈 의원이 공동주관하고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한국가톨릭농민회·(사)전국쌀생산자협회·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이 공동주최한 ‘새로운 대한민국 농업대혁명,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토론회가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6가지 주제가 농업대혁명의 의제로 발표됐다. 각각의 주제발제가 끝날 때마다 참석자들 손에 들려있던 투표기를 통해 즉석에서 의견을 확인하기도 했다. 농업대혁명을 위한 6가지 의제 △농지는 농민에게 △개방농정 폐지 △농가소득보장 △지속가능한 농업 △여성농민을 농업의 주체로 △통일농업 중 이번 대선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 것으로 ‘농가소득보장’이 선정됐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심문희 민중연합당 농민당 사무총장은 “토론회 전에 300여명의 농민들에게 19대 대선 농업의제 발굴을 위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역시 70% 이상이 농가소득보장이 제일 중요하다고 답했다”며 “농촌사회에서 가장 우려되는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과 수급불안, 외국농산물 수입증가, 소득 양극화 순으로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안주용 민중연합당 농민당 대표는 “조기대선을 앞두고 농업문제에 공통된 의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대선의제로 모아냈다면 힘을 멈추지 말고 올해 안에 법제화까지 이뤄내야 한다. 실천하고 투쟁해서 농업이 바뀌는 현실을 실현할 때 농민들도 우리 스스로도 더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농업혁명을 이루는 길, 모두 함께 하자”고 당부했다. 

농지는 농민에겐 생산수단

강광석 민중연합당 농민당 정책위원

강광석 민중연합당 농민당 정책위원

2015년 경지면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167만9,000ha로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경지면적 감소는 주로 농지전용에 따른 것으로 2014년 농지 전용면적은 1만718ha, 전체 경지면적의 약 0.6% 수준을 나타낸다. 일본의 경우 농지 전용면적이 전체 경지면적의 0.2%인 점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상당히 높다. 2020년 곡물자급률 목표치 32%를 이루기 위해서는 175만ha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현재의 농지면적 감소추세로 보면 필요면적 보전이 매우 힘든 상황이다. 농지는 식량자급률 향상에 있어 핵심요소 중 하나로, 지속적인 경지면적 감소는 식량안보는 물론 통일농업 실현의 결정적 장애요인이다. 또 한 번 전용된 농지를 다시 복원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우므로, 근래 정부가 추진 중인 농업진흥지역 규제완화 및 농지전용 유연화 조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농지가 줄어들다보니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쌀값폭락으로 직불금이 오르니 직불금 욕심에 땅주인들이 농지임대를 중단하는 슬픈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직불제를 5:5로 나누거나 아예 못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결론적으로 비농민의 농지소유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유재산을 국가가 강제할 수 없다는 반대여론이 많지만, 무상급식을 처음 시도할 때 여론은 사회주의법이라 반대했고, 농민수당 얘기도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 지금은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 않은가. 헌법 121조 제1항에선 농지의 소작제도를 금지하면서 제2항에선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한 바에 의해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2015년 현재 임차농지의 비율이 51%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절반 이상 남의 땅에 농사를 짓고 있는 상황에 토지용역비가 생산비의 45%라는 점은 임차료만 줄여도 농가소득이 훨씬 나아진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농지법 개정이 필요하다. 비농민이 소유한 농지를 ‘처분 명령’을 통해 국가가 매입하고,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에게 우선순위를 주고, 가족농 중 후계농, 청년귀농자 순으로 국가소유 농지를 장기 임대하자. 전체 농가 50%가 소작을 하고 있고, 전체 농지의 20%를 비농민이 소유하며, 소작농지 중 60%가 비거주 소유형태인 경작과 소유가 분리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가장 직접적인 방안이 농지법 개정으로 농지를 농민에게 되돌려 주는 길이자 제1의 농정개혁이다.

농가소득보장이 최우선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

농민들의 경제사정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과거 IMF 시절, 도시에서 내려와 경제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던 농촌은 이제 없다. 농촌에 내려오려 해도 자본이 필요한 시대다. 이는 농촌이 무너지면 사회적 안전망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농가소득을 외면하면 농민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손해라는 사실을 각성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농촌을 유지 발전하는 데 중요한 ‘농가소득’, 이를 보장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농가소득 보장이란 농민들에게 고소득을 보장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최저소득을 보장하라는 뜻이다. 여기엔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서 ‘생산비’만 보장해서도 안된다는 뜻이 담겨있다. 내년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재생산비용도 포함되고, 가족과 노후를 보장하는 비용도 포함돼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산비와 물가인상률만 보장할 것이 아니라 공무원 기준으로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농촌에서 4인 가족이 농사를 지어서 얼마를 벌어야 내년에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 수치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근거해 △농산물 가격보장 △직불금 확대·농민수당 신설 △재해 대책 마련 △농민 교육비 지원 △농외소득 마련 등 5가지를 실현하는 일이 필요하다. WTO·FTA 신자유주의 체제를 극복하는 관점의 전환부터 농업을 경제수치로만 보는 정부의 편협한 자세도, 농민들 부족으로 돌리는 스스로의 수동적 자세도 모두 바꿔야 한다. 특히 농업의 가치를 모르는 정치권과 정치지도자의 물갈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개방농정 폐지·밥쌀수입 반대

이효신 (사)전국쌀생산자협회 회장

이효신 (사)쌀생산자협회 회장

신선계란이 사상 최초로 수입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지난해 10월, 계란 과잉생산을 고민하던 정부가 불과 4개월 후 계란품귀 사태를 맞아 비행기로 계란을 수입했다. 농축산물은 기후변화나 질병으로 공급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온 국민이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만약 쌀이었다면 어땠을까. 쌀이 남아돈다고 하지만 공공비축수매제를 도입한 이후 10년 평균치로 보면 자급률은 96%에 불과하다. 수입쌀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제는 국내쌀 시장을 교란시키고 쌀값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쌀값폭락의 원인을 과잉생산에 두고, 우리쌀 감축정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직불금 축소 차원에서 변동직불금 폐지를 시도하고 있다. 농지축소 또한 속속 진행되는 현실이다. 수입농산물이 우리 농축산물의 설 자리를 뺏더니 농민들을 농촌에서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개방농정 철폐’를 꺼내들지 않으면 농업혁명을 말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우리 농축산업에 수입농산물이 너무나 깊숙이 자리를 꿰차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는 어떤 대책으로도 막을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선 일방적인 농정제도 개편 논의를 중단하고, 국회 농정개혁 특위 등을 구성해 생산자인 농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TRQ쌀 수입량을 축소하고 민관운용협의회를 구성하는 한편 국가수매제를 도입하라는 요구가 필요하다. ‘개방농정 폐지’는 듣기에 좋은 ‘이상’이 아니라 ‘실현’ 과제다.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해야

박희태 가톨릭농민회 부회장 

박희태 가톨릭농민회 부회장

'지속가능한 농업'은 사실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 주제라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우리 농업이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는 것도 공감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짚어보자면, 우선 농업정책이 생산력 증대에서 생명존중, 공동체성 회복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기업농·전업농이라는 대량생산 체제가 아닌 가족농·친환경농업 등이 지속가능한 농업의 시작이자 그 바탕이다. 농업소득보장과 생산적 복지도 강화돼야 한다. 농민들은 정년퇴임 없이 농사를 짓고 사는데, 농업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직불금이 생산비를 보장하고 공익적 가치를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산된 농산물이 안정적으로 판매되는 고정판매 체제도 마련돼야 한다. 이를테면 지역 공공급식·학교급식과 저소득층에 친환경농산물 사용을 의무화 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친환경농산물의 인증제가 결과와 분석중심에서 농업생산 과정 중심 인증제로, 민간으로 일원화된 인증업체를 책임성 있는 생산자단체로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GMO 상용화 추진은 당연히 중단돼야 한다. 아울러 우리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육체적·정신적 치유의 가치를 알리고 단순한 농촌 체험이 아닌 도농교류의 장으로 교육하는 일이 뒷받침 되는 것도 필수다.

 

여성농민을 생산주체로 인정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이춘선 전여농 정책위원장

통계청 조사결과 2015년 농가인구 중 여성농민이 50.8%로 절반을 넘어섰다. 농촌에서 그만큼 여성농민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열악한 노동조건 또한 심화되고 있다. 여성농민의 총 노동시간 중 ‘수입노동 비중’은 67%로 인간개발지수 상위권 국가의 여성 수입노동 비중 23~46% 범위를 압도적으로 뛰어넘고 있다. 이는 여성농민의 총 노동시간 중 가사노동보다 농업노동 또는 기타 농외소득 노동 등 소득을 얻는 노동 비중이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한국 남성농민의 가사노동시간은 7분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여성농민들의 노동집약적 현실이 열악할 따름이다. 하지만 여성농민이 ‘농업경영주’로 인식되는 의식이 여전히 낮고, 농업노동에 있어서 남성농민에 비해 임금도 상대적으로 적다. 생산수단인 농지 소유의 불평등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이번 대선에선 여성농민의 법적,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확보되는 환경부터 정착되길 촉구한다. 농업정책에 있어서도 성평등 관점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 충북·경기·강원·전북·제주·충남·경남·광주전남에서 여성농민들의 문화생활 지원사업으로 시행중인 ‘바우처’도 1년에 10만원에서 20만원 범위에 불과해 예산을 늘리고 시행지역도 확대시키는 과제도 있다. 특히 ‘여성농업인육성기본계획’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여성농민이 직접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남과 북, 쌀을 나누자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2008년부터 남과 북은 모든 교류가 끊겼다. 사람도 못가고 쌀도 못간다. 하지만 여전히 농민들은 ‘통일쌀 경작지’에 모를 심고 가꿔가고 있다. 수년간 막연한 기대감을 품어왔지만, 올해는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북한의 식량사정부터 살펴보자. 가장 무난한 데이터가 FAO와 우리 농촌진흥청 자료의 중간치라고 생각한다. 북이 필요한 식량은 연간 540만톤 정도인 가운데 520만톤 가량 생산하는 걸로 추산할 수 있다. 자급률로는 95% 선이다. 북한의 제7차 당 대회를 보면 ‘식량자급 향후 5년 내 달성’이라고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하고 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변화다. 식량생산 환경이 나아지면서 나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듯하다. 문제는 쌀이다. 우리는 남아도는 쌀이 북한에선 80만톤 부족한 상황이다. 수입쌀 등의 재고량으로 남한 농민들은 쌀값폭락 고통을 겪고 있고, 변동직불금은 허용보조를 초과할 만큼 지급해야 할 상황이다. 쌀을 나눴다면 남북의 어려움은 모두 해결되는 문제였다. 따라서 통일쌀 50만톤 보내기를 시작으로, 남북식량교류를 정례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쌀을 보내면 옥수수나 콩 등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향후 식량교류를 제도화하고 ‘남북 공동식량계획’을 수립해 쌀부터 통일하는 계획을 제안한다. 이를 토대로 한반도 농업공동체부터 동북아 농업협력 모델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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