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 처리 공장에 물량 떠맡으라고 한 적 없다”

천안시, 살처분 강요할 수 있는 행정명령 권한 없어
주민 동의 없이 동물사체 들여와도 제재 불가능

  • 입력 2017.01.27 16:02
  • 수정 2017.01.28 11:1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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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24일 충남 천안시 발산2리 주민들이 현장을 찾은 동남구청 관계자에게 색깔을 비교해보라며 퍼낸 흙의 모습. 좌측이 업체 쪽에서 흘러내려오는 개천에서 퍼낸 흙, 우측은 다른 상류에서 퍼낸 흙이다. 이 관계자는 “구청이 기본적인 하천 정비를 해 줄 수는 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 당시 과도한 양의 살처분으로 물의를 빚은 충남 천안시의 렌더링 업체 측 해명은 관계부처에 사실 확인 결과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업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를 비롯해 여러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12월의 사체 렌더링 처리 작업에 대해 “행정당국이 사체를 갖다 놓으면 어쩔 수 없다”거나 “행정명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작업한 것”이라며 침출수 배출이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주장을 해왔다. “똥오줌 하천에 버리는 것과 뭐가 다르냐, 자연의 섭리에 맡기라”는 황당한 발언도 있었다.

천안시 가축방역 담당자의 주장은 완전히 다르다. 본지 확인 결과 이 관계자는 “이 건에 관해 행정명령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그 때 살처분 물량을 파악하고 처리방안을 강구하던 중 그 업체가 (이 정도 물량의) 처리가 가능하다 해서 보내준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관할 지역 방역대책을 총괄하는 충청남도의 입장도 같았다. 충남도 가축방역대책 관계자는 “그 당시 살처분 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지자체 입장에서는 여러 방안을 강구했을 것”이라며 “해당 업체 처리능력 이상의 물량이 들어갔을 수 있지만, 업체 측의 요청 없이 지자체의 강요만으로 가능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특정 업체에게 살처분 처리를 명령할 수 있는 행정적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 업체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주민 피해에 대한 고려 없이 수용 가능한 물량 이상의 사체를 받아들였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해진다. 천안시 청소행정과에 따르면 이 업체는 동물 사체 처리 허가는 있지만 보관 시설이 없어 들여온 사체는 당일 처리가 원칙이다.

애초 동물 사체를 처리하는 것도 아무런 주민 동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공장 개소를 위해 2013년 8월 주민 설명회를 열었을 때 돼지 비계와 소 비계를 이용한 동물성 유지와 사료 제조만을 할 것이며, 폐수는 전량 위탁 처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지난 2014년 5월 돌연 업종변경을 하고 동물 사체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2015년 구제역 때는 돼지 사체를 주민들 몰래 들여오다 들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동물성 유지를 다루던 사업체는 동물 사체도 합법적으로 다룰 수 있다. 동물사체·동물성 유지류·가죽 등을 모두 ‘동물성잔재물’로 묶어 허가를 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일부 개정된 폐기물법은 동물성잔재물의 분류를 세분화했지만, 법령에 따르면 기존에 동물성 유지류를 다루던 업체가 별다른 검사 없이 동물사체를 다루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천안시 측에 확인한 결과 이 업체는 법 개정 직후 천안시 청소행정과에서 동물사체를 처리할 수 있는 허가코드를 받아갔다.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주민 여론을 생각하면 쉽게 내줄 수 없는 허가가 맞지만, 폐기물관리법 상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업체의 요구는 정당하다”라고 설명했다.

공장이 개천의 상류에 위치한 점에 대해서도 천안시 허가민원과는 “저촉사항이 없는 한 입지 제한을 둘 수 없다”고 주민들에게 답변했다. 실제로 공장이 들어설 당시 입지 문제와 관련해 천안시의 수정이나 보완 요구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천안시는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해당업체를 고발 조치했을 뿐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AI의 인체감염에 대한 우려까지 확산되는 상황 속에 늙고 힘없는 주민들은 오염된 하천을 바라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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