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따라 생활건강] 술에 대하여

  • 입력 2017.01.27 15:02
  • 수정 2017.01.27 15:06
  • 기자명 최정원 전남 강진군보건소 공중보건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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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 전남 강진군보건소 공중보건한의사]

최정원 전남 강진군보건소 공중보건한의사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이 조선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1921년 발표된 현진건의 소설 ‘술 권하는 사회’에 나오는 남편의 한탄입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회에서 술을 권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동의보감을 보면 술의 기본적인 성질에 대해 대열대독(大熱大毒)하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열이 많고 독도 많다는 뜻입니다. 술을 마시면 몸이 따뜻해 지고 정신이 몽롱해집니다. 그것을 열과 독이 많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그 성질을 이용해서 사람을 이롭게도 하고, 상하게도 하는 양면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우선 이로운 점 먼저 보면, 찬바람과 추위를 물리치고 혈액을 잘 돌게 하며 사기를 없애고 약 기운을 이끄는 데는 술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추울 때 따뜻한 술 한잔으로 몸이 훈훈해 진 경험이 다들 있으실겁니다. 적정량의 술은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에 몸의 찬 기운을 몰아내는 장점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 한약을 다릴 때 술을 넣어서 다리기도 합니다. 물에 녹지 않는 비극성성분을 조금 더 추출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술 자체를 질병치료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해로운 점은 독이 있기 때문에 과음을 항시 경계하고 있습니다. 오장을 상하게 하고 정신을 혼란케 한다고 했습니다.

술을 마실 때의 주의사항 몇가지를 보겠습니다. 우선 과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탁주를 마신 다음 국수를 먹어서 땀구멍이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술에 취한 뒤에 억지로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혹 옹저(癰疽)가 생길 수 있다’, ‘술을 마시되 너무 빨리 마시지 말아야 한다’ 등입니다. 술을 해독하기에도 몸이 바쁜데 다양한 음식까지 과하게 들어오면 당연히 몸이 상합니다.

그다음 ‘술에 취한 다음 누워서 바람을 쐬면 목이 쉰다’고 했습니다. 또 강조하는 것은 성생활입니다. 술 취한 후 성관계를 하면 가벼운 경우 얼굴에 검버섯이 생긴다고 하였고, 중(重)한 것은 5장의 맥이 끊어지고 수명이 짧아진다고 했습니다. 즉, 술을 마신 후 몸에 무리가 가는 행동들은 하지 마라는 뜻입니다.

술에 상했을 때의 치료법 대원칙은 땀과 소변을 빼는 것입니다. 몸의 순환을 강화시켜 해독과정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처방들도 땀과 소변을 빼는 것들이 많습니다. 술은 열이 많기 때문에 과음하면 열로 인해 몸의 진액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갈증이 나고 찬물을 찾습니다. 하지만 동의보감에는 물을 많이 마시지 말라고 합니다. 오히려 몸이 더 무거워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가정에서 먹기 쉬운 것은 오두탕(五豆湯)입니다. 검정콩, 황두콩, 녹두콩, 푸른콩, 적소두콩 등 다섯가지 콩에 감초와 갈근을 더해 만든 처방입니다. 갈근과 감초는 제외하고 다섯가지 콩으로 끓인 물을 시원하게 조금씩 드시면 갈증이 금방 가시고 해독이 잘 됩니다. 콩 단백질은 이뇨를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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