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에 대한 눈치

  • 입력 2017.01.22 04:33
  • 수정 2017.01.22 04:35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한 사람에게 수백억을 사용하는 건 되면서 600만명의 초·중·고등학생들에게 Non-GMO 친환경 급식 지원하는 건 안 되는 거냐”

지난 11일 국회에서 있었던 유전자변형농산물(GMO) 문제 관련 토론회에 나왔던 김은진 원광대 교수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당국자들에 대한 일갈. 방청객들은 김 교수에게 엄청난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그날 토론회에 온 청중들 중엔 주부와 영양교사가 많았다.

해당사안에 대해 지난주 기사로 다룬 바 있다. 그때 쓴 기사 제목에도 직접 언급했지만, 저기서 거론되는 ‘한 사람’은 정유라다. 1,000억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가 그 한 사람의 승마 훈련비로 편성될 지경이었고, 명문대 교수라는 이들은 제대로 출석도 안 하고 과제도 안 낸 그 한 사람에게 전자우편으로 ‘존댓말’까지 써 가며 온갖 특혜를 제공했다. 이런 상황들을 뒤늦게 알게 된 국민들이 느꼈을 자괴감의 크기는 얼마나 어마무시했을까.

정유라가 말 타고 훈련하는 승마장의 반대쪽을 보자. 600만명에 달하는 초·중·고등학생들의 먹거리를 걱정하는 4,400만명의 나머지 국민들이 있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지만,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아직도 남아있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먹는 급식에 방사능이나 GMO 같은 예측 불허의 물질이 들어있지는 않나 노심초사한다.

학교 영양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오죽 학생들이 걱정되면 자체적으로 학교에서 없는 예산 아껴가며 Non-GMO 학교급식을 해보려 할까. 11일 토론회에 참석한 경기도 한 초등학교의 교사는 “우리 학교는 옥수수통조림이나 토마토케첩의 경우 100% 국산 재료 위주로 사용하나, 튀김 재료로 Non-GMO 기름을 쓰자니 가격이 비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GMO 완전표시제 및 GMO 관련 수입통계 공개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들이, 마음들이 모여 지난해 17만명의 국민들이 GMO 완전표시를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GMO에 대해 과도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들도 있다. 그러나 GMO를 먹으면 무조건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Non-GMO 학교급식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만에 하나라도 있을지 모를 위험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이고, GMO 대신 그 자리에 우리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이 들어갈 자리를 확대하기 위해서이다. 학생들의 건강도 철저히 지키고, 농민들의 삶도 한층 더 편해지게 하기 위해서란 의미이다.

정부가 눈치 볼 대상은 GMO 완전표시를 기 쓰며 반대하는 대기업들도, 최순실-정유라 모녀도 아니다. 오직 국민들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면, 다음 국회 토론회에선 정부 당국자들이 청중들에게 박수갈채를 받는 날이 올지 누가 아나.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