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무 이야기
[길벗 따라 생활건강] 무 이야기
  • 나현균 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 승인 2017.01.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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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따라 생활건강 92

[나현균 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나현균 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지금이야 아이들의 간식거리가 지천이겠지만,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엔 기나긴 겨울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밖은 더욱 어두워지는데, 공부 안하냐는 엄마 잔소리에 방학 책을 한번 보는 둥 마는 둥 다시 이야기꽃을 피우고, 초저녁에 먹은 밥은 금방 꺼지니 성장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이때만큼 간식거리가 간절해지는 때도 없습니다.

그 당시 간식거리라고 해봤자 고구마를 쪄서 말린 것이면 고급이었고, 고구마도 떨어지면 이제 밭에 구덩이를 파고 묻어둔 무가 생각날 차례입니다. 추운 엄동설한에 달빛이 고고히 반사되는 하얀 눈밭을 서걱서걱 걸어 나가면 무를 저장해 놓은 봉분이 눈에 띕니다. 덮인 눈을 헤쳐 입구를 막아놓은 지푸라기 마개를 찾아 열고 손을 쑥 넣어 잡히는 대로 하나 꺼내서 형 동생 누이 함께 둘러 앉아 무를 간식으로 먹었던 기억과 또한 생무를 먹고 나도 모르게 나오는 트림소리와 그 고약한 냄새에 서로 웃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달고 시원한 맛에 당장 밀려오는 허기를 달래주었던 그 무가 사실은 우리네 조상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보물이었음을 그 당시에는 미처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최초의 무에 대한 기록은 중국의 문헌 <서경(書經)>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서우공(夏書禹貢)’편에 “만청(蔓菁)으로 저를 담가 먹는다”는 기록이 나와 있는데, 먼저 글의 배경이 되는 하나라는 중국의 전설상의 태평성대였던 요순시대 직후 우임금부터 시작돼, 대략 500년 정도 지속되었던 나라로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만청’이란 바로 무를 뜻하고 ‘저’는 염장채소를 의미합니다. 김치를 남도사투리로 ‘지’라고 하는데, 그 어원이 바로 ‘저’일 것이란 주장이 있습니다.

또한 중국 고대 문헌에는 무와 배추를 구별하지 않고 ‘무청(蕪菁)’이라는 이름으로 합쳐 불렀는데, ‘무’는 무청의 약칭인 ‘무(蕪)’나 ‘수(須)’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보이며, 무의 고어가 ‘무수’인 것과, 지금도 남도에서는 무를 ‘무수’ 또는 ‘무시’라 부르고 있는 것은 그러한 영향을 받아서라고 추측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무씨를 나복자(蘿蔔子)라고 하여 기침할 때 겨자씨와 함께 달여 먹으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명나라시대 학자 이시진(李時珍)이 지은 <본초강목>에 따르면, 무가 ‘나복(蘿蔔)’이란 이름으로 불린 것은 중국 최초 통일국가였던 진(秦)나라 때부터라고 쓰여 있습니다. <본초강목>에는 ‘나복의 생즙은 소화를 촉진시키고 독을 푸는 효과가 있으며 오장을 이롭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면서 살결을 곱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한, ‘밀가루 독을 제어하여 열의 기운도 제거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무는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데요. 첫째가는 효능이라면 소화기능을 높여주는 천연 소화제라는 점입니다. 무에는 아밀라아제, 디아스타제, 리파아제 등이 함유돼 탄수화물은 물론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하는 소화효소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예로부터 밀가루 독을 제거한다고 기록돼 그 영향으로 중국집에 가면 자장면의 반찬으로 꼭 단무지를 내오는 것이 관례가 됐습니다.

두 번째는 해독과 소염기능이 뛰어납니다. 생선회를 먹을 때 무채 위에 회를 얹어 놓은 것도 또 식초에 절인 무를 먹는 것도 혹시 모를 생선 독을 중화시키고 소화를 돕는 역할 때문입니다.

또 무는 예부터 오래된 기침을 치료하는데 응용돼 왔습니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무는 담(痰)을 없애어 기침을 그치게 하고 피를 토하는 객혈 등도 치료하며…’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또한 무에는 베타인이라는 성분이 풍부해 간을 보호하고 숙취 해소 작용뿐만 아니라 항암 성분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무를 생으로 먹을 때 매캐한 맛이 나게 하는 성분, 먹고 나면 속이 쓰리며 고약한 트림을 나게 하는 성분이 바로 항암효과가 뛰어난 ‘MTIB’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겨울에 면역력을 길러주는 좋은 약초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무를 권하고 싶습니다. 무는 한국인의 체질에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해독해 면역력을 높이는 아주 귀중한 채소입니다. 농부님들이 직접 밭에 친환경적으로 갈고 가꿔서 먹는 무라면 그 자체가 귀중한 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추운 겨울철 농부님들의 건강을 잘 지켜 가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건강을 잃지 않는 한 새로운 희망의 새 세상은 반드시 밝아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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