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직매장 14억원 예산 부결 … ‘일방통행’ 옥천군의회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안도 삭감 … “농발위 표적 공격” 비판

  • 입력 2017.01.08 11:45
  • 수정 2017.01.08 11:5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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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충청북도 옥천군의회(의장 유재목)가 옥천군 농민들의 주도로 건립하고자 한 로컬푸드 직매장 사업안을 부결시킴과 동시에, 친환경 급식을 위한 차액지원 예산 3억5,000만원 중 5,000만원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옥천군의회는 지난해 12월 23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회의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인 ‘옥천푸드 직매장’에 편성될 예정이던 예산 14억원에 대한 편성안을 부결시켰다. 의회 측이 내놓은 예산편성안 부결 이유는 장소 문제 때문이었다. 의회는 옥천군 친환경농축산과가 계획한 옥천군 옥천읍 삼양리 부지에 대해 “다른 장소로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옥천군 친환경농축산과는 이에 총 7개 부지를 대상으로 직매장 건립 적합성 여부를 따진 결과, 삼양리 부지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려 의회 측에 다시 보고했다. 이는 옥천군의 농민단체들이 들어가 있는 옥천군 농업발전위원회(농발위)의 입장과도 부합했다. 그러나 의회는 이에 대해 극렬 반대했다. 옥천군의회 안효익 의원(무소속)은 23일 예결위 회의에서 “이것(삼양리 부지 주장)은 의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고 의정활동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까지 했다. 이날 로컬푸드 직매장 건립 건에 대한 표결 결과 반대 4표, 기권 1표로 편성안은 부결되고 말았다.

지난해 12월 21일 옥천푸드 직매장 건립 예산안의 통과를 촉구하며 지역 주민들이 옥천군의회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옥천신문 제공

뿐만 아니라 의회는 지난해 3억5,000만원으로 편성됐던 옥천군 친환경 학교급식 관련 차액지원비 또한 3억원으로 5,000만원을 삭감했다. 이와 함께 로컬푸드 홍보비(720만원→0원) 및 옥천군 농민 농특산물 판촉행사 참가지원비(300만원→0원), 옥천푸드 인증비 지원(1,500만원→500만원), 옥천푸드 도우미 운영비(500만원→250만원) 등도 전액 또는 절반 이상 삭감됐다.

옥천군 농발위에 참가하고 있는 주교종 옥천살림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정부의 농업정책에서 소외받아온 소농들이 그나마 숨통을 틔게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이 사업을 지역 농민들이 합심해서 10년 간 진행해 왔다. 이러한 성과물을 의회에서 순식간에 날려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식으로 사업안을 날려버리면 그 동안 민·관이 합의했던 일정표가 완전히 꼬여버리는 것이고, 영세 소농들은 이번 건의 부결로 판로 문제 등에 있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의회의 행위를 규탄했다.

농발위에 참가했던 농민들은 옥천군의회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 ‘농발위를 표적으로 한 공격’이라 여기고 있다. 2006년에 설립된 농발위는 옥천군 지역 주민 입장에서 농업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도로 옥천군 농민들이 직접 참가해 발족한 모임이다. 농민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2007년 학교급식 관련 조례, 2013년 로컬푸드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데 성공했고, 연이어 학교급식에서 친환경 급식 차액지원, 로컬푸드 직매장 건립 협의, 옥천푸드유통센터 건립 등의 성과도 거뒀다.

이에 주교종 상임이사는 “옥천군의회가 농발위에 대한 견제를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엔 난데없이 농발위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농발위가 지원받은 농업보조금의 사용내역을 파악하려 했다”며, “뿐만 아니라 지난해 창간한 <옥천향수신문>이란 언론과 옥천군의회 일부 의원들이 결탁해 농발위 활동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퍼뜨리는 여론전까지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옥천향수신문>은 실제로 지난해 10월 농발위 행정사무감사 직후 농발위에 대해 ‘비선실세’ 등의 표현까지 쓰며 농발위에 비판적인 입장의 기사들을 내놓았다.

옥천살림협동조합 주교종 상임이사는 "이런 식으로 옥천군의회가 로컬푸드 직매장 사업안을 날려버리면 그 동안 민·관이 합의한 일정표가 완전히 꼬이는 것이고, 영세 소농들은 판로 문제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의회의 행위를 규탄했다.

농발위 측은 향후 대응에 대해 논의 중이다. 옥천군농민회 황중환 사무국장은 “현재 옥천군의회 및 옥천군청 관계자들이 모두 함께하는 공개토론회를 제안 중이다. 또한 그 동안 지역여론화 사업이 미약했다는 내부 평가에 따라, 지역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면서 이번 일에 대한 공론을 형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로컬푸드 직매장 예산안 통과를 반대한 군의회 안효익 의원은 “직매장 건립 관련해 논란이 있었던 부지는 옥천읍의 교통체증을 해결하고자 무료 공영주차장을 세우려 매입했던 땅인데, 군청 농정과와 농발위에선 자신들 입맛에 맞다고 해서 직매장 부지로 올렸다”며, “이에 의회 측에선 행정 목적상 어려움이 있는 상태에서 결정된 부지라 안 된다고 했음에도 농발위 쪽은 ‘이곳 외엔 적합한 곳이 없다’며 다시 올렸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고도 자신들이 원하는 곳이 최적지라고 올렸기에, 14억원 예산 중 부결로 인한 90% (충북)도비 손실 발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행정의 오류를 의회에 떠넘기려는 (농발위)집행부의 처사에 경종을 울리고자 부결시킨 것”이라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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