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헌법이 실현되는 나라

  • 입력 2017.01.06 13:48
  • 수정 2017.01.12 19:45
  • 기자명 임영환 변호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영환 변호사

국정농단과 이로 인한 탄핵정국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매주 수백만에서 수십만 개의 촛불이 광화문 광장과 청와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집회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헌법 제21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집회를 할 수 있다. 다만,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집회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 제한하더라도 집회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시법과 해당 경찰청에 가로막혀 집회의 자유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광화문 집회에 대해서도 애초에 경찰청은 교통 소통에 방해된다는 등의 이유로 청와대 근처에서 이뤄지는 집회에 대해서는 금지를 통고하였다. 사실 경찰청이 교통소통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에 불과하다.

집회 주최측은 경찰청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집회금지 통고에 대해 집회의 허용을 구하는 신청을 법원에 했고, 법원은 주최측의 청구를 받아들여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것도 청와대 근처까지 말이다. 당연히 국민이 헌법에 따라 누려야 할 자유이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 속에서 법원의 판단은 충분히 고무적이다. 법원은 집회를 허가하면서 결정이유에서 다음과 같이 모두에 밝힌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근본요소이다. 즉,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집회의 자유는 일차적으로 개인의 자기결정과 양심발현에 기여하는 기본권이고, (중략) 민주적 공동체가 가능하기 위한 근본요소에 속한다.” 결국, 법원은 헌법에서 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청와대 근처까지의 집회를 허용한 것이다.

우리 헌법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헌법 제123조에 따라 국가는 농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여야 하며, 농산물의 수급균형을 위해 노력하여 농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쌀 관세화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동시에 의무수입물량 쌀도 그대로 수입했다. 급기야 올해 쌀값은 폭락했다. 우리 헌법은 분명 정부가 농산물 수급균형을 통해 농민의 이익을 보호하라고 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쌀값 안정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였던가. 또한, 정부와 국회는 소위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발의하여 농업에만 이용토록 한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고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촉진시키기 위해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러한 정부와 국회의 활동은 헌법에서 정한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에 정면으로 반한다.

올 한해 상식을 가진 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건들이 이 나라에서 일어났다. 농업계에서도 백남기 농민 타계, 규제 완화, 쌀값 폭락 등 슬프고 우울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올해의 끝자락에서 꺼지지 않는 작은 촛불을 본다. 내년에는 헌법이 실현되는 나라에서 살고 싶은 바람을 가져본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