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씨앗 지키기 위한 ‘또 하나의 농사’

토종씨앗 지킴이로 나선 부여군여성농민회

  • 입력 2016.12.31 23:52
  • 수정 2017.01.01 00:2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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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토종씨앗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부여군여성농민회 회원들이 토종씨앗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왼쪽부터 김지숙, 박선자, 서짐미, 김은심, 김기숙, 황지영씨. 한승호 기자
부여여농 회원들이 토종씨앗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부여군여성농민회 제공

지난해 12월 26일, 쏟아지는 비를 뚫고 부여군여성농민회(회장 서짐미, 부여여농)를 찾았다. 부여여농이 뿌린 토종씨앗들이 자라는 채종포(종자를 채취할 목적으로 조성한 재배지)의 모습을 담으려 했건만, 예상치 못한 비가 발목을 잡았다. 기자들을 맞아준 부여여농 김지숙 사무국장은 “그럼 채종포 대신 우리 언니들을 보여드려야겠다”며 갑자기 여기저기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부여여농의 여성농민들은 지난 2008년부터 농가 한 곳 당 토종씨앗 하나 지키기 운동과 토종씨앗 실태조사를 성실히 수행해왔다. 그 결과 지금은 부여 땅에서 나온 72종의 토종씨앗을 보유 중이다. 콩 종류만 20여 가지에, 감자·양파·호박·고구마 등 없는 것이 없다.

사진 한 장 찍자는 전화에, 놀랍게도 30분이 채 안 돼 여성농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뭐만 있으면 힘닿는 데까지 나와 주니 화합이 너무 잘 된다”는 서짐미 부여여농 회장의 말처럼 남다른 응집력과 서로에 대한 신뢰는 부여여농의 큰 자산이다. 이들은 스스로 만든 ‘참벗공동체’ 속에서 생산까지 함께하고 있다.

그들은 매달 최소 한번 이상 따로 시간을 내 채종포를 돌본다. 채종포에서 기르는 수많은 작물들은 제각기 다른 재배방법·재배기간·수확시기를 가지고 있기에 꾸준하고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 서 회장은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한 농사를 짓느라 바쁜 가운데 의미 있는 일을 위한 ‘또 하나의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이 뿌듯하기 그지없다”고 자랑했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그들의 1년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유리병을 들고 ‘언니들’은 환하게 웃었다.

부여여농은 토종씨앗 보존에 힘쓰는 동시에, 우리 식량 지키기의 중요성을 알리며 토종씨앗을 지역주민들에게 보급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그 결실로 지난 2014년엔 한살림의 충남지역 소비자들이 채종포 운영에 참여하더니 그 이듬해엔 한살림부여군여성생산자회도 동참해 연말의 부여군토종씨앗축제를 함께 열었다.

새해의 계획은 어떨까. 김 사무국장은 “군이나 농업기술센터 등 관에서도 이 활동의 의미를 인정하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토종씨앗을 지키는 농민들이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례 제정을 위해 내년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해에는 토종씨앗이 낳은 농산물을 소량이라도 시장에 출하해보고 싶다”며 새로운 소망도 꺼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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