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농지 풀어 쌀 감산? “어처구니없다”

‘일반농지 20ha 이상 개발 농식품부와 협의’ 기준 완화
“농지 개발 수익, 농사짓는 농민 몫 아냐”

  • 입력 2016.12.24 21:58
  • 수정 2016.12.24 22:1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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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쌀값폭락에 대한 정부 대책이 농지 축소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발언한 ‘절대농지 10만ha 규제 완화’가 1탄이었다면, 올해 말엔 농식품부 내부에서 ‘일반농지 규제 완화’까지 들먹이고 있다. 농민들은 농지개발로 쌀 생산과잉 문제를 푼다는 것은 핑계일 뿐 전국을 땅투기장으로 만들 속셈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가 농업진흥지역 농지(절대농지) 10만ha 규제완화에 이어 일반농지 규제완화까지 논의 중이라는 언론보도에 파문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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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는 지난 19일 「쌀농사 짓는 땅에 건물·집 쉽게 올린다」는 기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계자의 말은 인용해 “현재 일반농지(농업진흥지역 밖 농지)를 다른 용도로 전용할 경우 각 광역시도별로 20ha(20만㎡) 이상은 농식품부와 별도 협의해야 전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지자체가 보다 자율적으로 농지를 공장 등으로 전용할 수 있게끔 이같은 기준(20ha)을 상향조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자체가 일반농지 중 자율적으로 개발이 가능한 면적이 20ha까지였는데 이를 30ha 혹은 40ha처럼 완화한다는 뜻으로, 이 경우 농지가 중대형 건설용지나 공장용지 등으로 활용되는 일이 잦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기사에서 농식품부 관계자는 “규제를 풀어 농지를 보다 쉽게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쌀 공급 과잉을 해소할 예정”이며 “농촌지역 경기 활성화에 일정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체 논 면적의 79%인 71만3,000ha가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이고, 21%인 19만5,000ha가 일반 농지에 해당한다. 전체 쌀 생산의 20% 가량이 일반농지에서 생산되는데 이를 줄이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이같은 소식에 농민들은 이구동성 “어처구니없다”고 반발했다. 전북 순창군에서 4만평 벼농사를 짓는 김정룡(45)씨는 “국민들이 나서서 촛불을 들고 대통령을 심판하는 마당에, 농식품부는 시대를 전혀 읽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쌀값하락의 원인을 찾아서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농지만 자꾸 줄이려고 하는 잘못된 처방을 하고 있다. 농산물 값이 떨어져 농사규모로나 손해를 줄이려고 하는 농민들의 고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절대농지든 일반농지든 농지를 자꾸 줄이면 농사짓는 농민들 목을 죄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쌀 생산이 많은 김제평야의 논 한가운데를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수도권 중심이 될 것이 뻔 한 농지개발이 어떻게 쌀 생산을 줄이는 방안이 된다는 것인지 한심하다”고 답답해했다.

충북 청원군에서 6,000평 벼농사를 짓는 김희상(44)씨는 “농민들 중에서 자기땅에서 농사짓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농지개발이 마치 농민들한테 도움이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지금도 일반농지는 개발부담금 물어가며 전용되는 일이 다반사인데, 면적제한을 더 확대한다면 전국을 땅투기장으로 몰고 가려는 정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농지를 줄이면 단박에 임차료부터 오른다. 땅 없는 농민들이 지주들의 횡포를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생산비는 더 오르고, 농가소득은 더 줄고…, 한치 앞도 못 보는 농식품부의 단견이 어처구니없다”고 개탄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 대변인실은 “(기사는)사실이 아니다. 논의는 했을지 몰라도 확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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