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정책, 선방했다고 평가했나

  • 입력 2016.12.18 11:11
  • 수정 2016.12.18 11:1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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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축산분야 업무보고대회가 떠오른다. 대회 이후, 축산행사가 열릴 때면 주제였던 ‘국민에게 사랑받는 축산업’ 표어를 만날 수 있었다. 구제역 발생으로 뒤숭숭했지만 희망을 얘기할 수 있었던 분위기였다.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 축산현장 분위기는 서글프기 이를 데 없다. 대기업의 축산 진출과 무허가 축사 적법화 압박은 시간을 지날수록 가중되는데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계열화업체의 갑질도 버거운데 ‘사회 재난’이라 불릴만한 수준의 고병원성 AI 발생이 겹쳤다. 축산농가들은 환경민원과 질병확산의 주범으로 몰려 지역 내 축산기반을 위협받고 있다.

농식품부가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은 구상에만 머물렀다. 무허가 축사 비율 30% 감소와 중장기 축산환경 관리 종합대책 수립으로 축산업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포부는 끝내 현실화되지 못했다. 농식품부가 추진한 축산법 개정은 축산단체들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고병원성 AI 대책만 해도 방역정책과 수급정책이 동시에 논의됐어야 했다. 무릇 의사는 환자의 체력을 고려해 처방을 내놓는다. 환자의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처방은 환자를 위협할 수 있다. 사안이 긴급했다면 농식품부 내 부서 간이라도 토론이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근본문제는 다른데 있지 않다. 정부 정책집행에 문제가 드러나면 인력과 예산을 들여 보완해야 한다. 2017년 농식품부 예산은 올해 대비 0.8% 증액에 그쳤다. 그런데 축산분야 예산은 올해 1조4,067억원에서 1조3,214억원으로 되레 6.1% 감소했다. 가축 전염병 대응 예산은 2,438억원에서 2,190억원으로 줄었다.

직접적인 예산 감소는 정부와 국회가 “축산은 이 정도면 선방”이라고 평가한 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닐까. 줄어든 예산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방역망을 어떻게 지킬지 걱정이 앞선다. 내년도 축산현장은 더 팍팍해질 것 같다는 우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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