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독’하며 우여곡절 겪은 1년
‘주경야독’하며 우여곡절 겪은 1년
  • 강선일 기자
  • 승인 2016.12.1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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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하다 다쳐 입원, 환자복 입고 아들 모심기 감독”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전북 김제시에서 19년째 쌀농사를 짓는 문형선(53)씨. 그의 1년 쌀농사는 3월부터 시작된다. 그가 쌀농사를 위해 봄이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주변 농가들로부터 우분(牛糞), 즉 소똥을 구하는 일이다.

“3월 15일경부터 일을 시작하는데, 소 키우는 다른 농가들에서 우분을 구해온다. 각 필지마다 트랙터로 우분을 가득 퍼서 세 차례씩 뿌린다. 이러면 보기엔 더러워도 쌀의 질은 훨씬 좋아진다. 밥맛도 좋고.”

3~4월 내내 소똥과 함께 일하다 5월부턴 모내기 작업을 위해 논갈이를 한다. 봄철 내내 새벽 6시에 일어나 저녁 8~9시까지 작업한다. 바쁘게 일하다 올해는 크게 다쳤다.

“5월 13일인가, 모 심는 시기에 모판 틀에 모판을 넣다가 손을 크게 다쳤다(문씨의 손에는 길고도 선명한 흉터가 아직도 남아있다). 병원에 3주일 동안 입원했다. 아내와 첫째 아들이 입원한 동안 모를 심었다. 아들은 농사 경험이 없다 보니 헤맬 수밖에 없었다. 난 병원 환자복 입은 채 논에 가서 일일이 감독했다. 아무래도 우려스러워서 그런 건데, 그래도 어떻게든 부모 농사일 도와주려 한 아들 생각하면 기특하다.”

전북 김제시 쌀농가 문형선 농민

힘겹게 모내기를 마무리하니 여름이 왔다. 올 여름엔 지독스럽게도 비가 안 왔다. 김제는 특히 가뭄이 심했다고 한다. 문씨는 “병해충을 신경 써야 하니 여름엔 논에 자주 가야 했다. 비가 안 오다 보니 일이 더 많아졌다. 병해충 방지를 위해 약을 쳐도 이상기온 때문인지 약이 잘 안 들었다”고 했다.

심한 가뭄 때문에 물을 댄 벼들 중 물을 제대로 흡수 못해 벼가 빳빳이 선 것들도 많았다. 문씨의 45필지 논 중 5필지에서 그랬다. 이리되면 수확이 불가능하다. 알맹이는 없고 쭉쟁이만 남는다. 문씨는 “근처 다른 농가들도 한 두 필지씩은 그런 현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야속하게도 안 오던 비는 가을이 돼서야 왔다. 지나치게 많이. 문씨는 “올해 날씨는 원하던 것과 거꾸로였다. 비가 와야 하는 여름엔 가물고, 비가 덜 와야 하는 가을엔 비가 많이 왔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히도 수발아는 피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씨 이웃 농가들 중엔 수발아 피해를 입은 이들이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10월 10~20일 벼 나락을 베었다. 그러나 이번엔 쌀값 폭락이 그를 한숨짓게 했다. “그나마 김제 특산 신(新)동진 벼가 11만원대였고, 내가 수확한 일반 벼는 9만원대였다. 쌀값이 10만원 미만으로 떨어진 건 난생 처음이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다시 겨울이 왔다. 문씨는 인터뷰 당일 오전 평생교육원에서 중학교 과정 교육을 받고 왔다. 어린 시절 형편상 해소하지 못했던 배움에 대한 갈증을 그렇게 해소 중이다. 내년 1월 4일부터 시험을 본다며 긴장한다. 문씨는 보자기에 정성껏 싸놓은 교과서들을 보여주며 “한창 농사로 바쁠 때도 낮에 농사짓고 저녁에 수업 받았다. 겨울이 되니 좀 더 여유가 생겨 더욱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1년 내내 ‘주경야독’을 실천했음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농사 때문에 바빠 취미인 등산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매년 겨울엔 인근 모악산에 등산을 자주 간다”고 했다.

그는 내년에도 ‘주경야독’하면서 열심히 농사지을 계획이다. “한 가지 작물만으론 먹고 살기 힘드니 보리를 새로 심으려 한다. 작년에 처음 보리 재배를 시도했는데 오리들이 다 먹어치워 버려 망쳤다. 그래서 다시 시도하려 한다”는 문씨. 그를 비롯한 모든 농민들을 위해서라도, 내년 여름엔 비가 적당히 많이 오고, 가을엔 적당히 건조한 날씨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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