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을 살 수 있는 돈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익은 ‘식량안보’ 보다는 안전한 우리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한다는 ‘식량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농민연합(상임대표 윤요근)이 지난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개최한 ‘식량위기의 시대가 다가온다.’ 연속기획 대토론회에서 윤병선 건국대 교수가 ‘국제곡물 가격 폭등의 원인과 다국적 곡물기업의 실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돈으로 해결 될 수 있을 정도로 국제 곡물시장이 녹록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과거 식량이 남아돌던 시절에는 ‘금고’속의 돈만으로도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자기의 ‘곳간’을 채우는데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내 ‘곳간’을 내 것으로 채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식량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 상투적으로 제시되는 방안인 해외 생산기지의 확보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도 곡물시장 불안정이 지속될 것에 대비해 해외농업 개발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는데, 물류비를 절약하겠다고 대운하를 건설한다고 해 온 나라를 벌집으로 만들어 놓고서는 비싼 운송비를 들여가면서 먼 나라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가져와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그는 “곡물 가격의 급등을 계기로 한몫 챙기려는 집단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한국전분당협회 소속업체들은 오는 5월부터 전분·전분당 원료용으로 유전자 조작(GM) 옥수수를 들여오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곡물가격 폭등이라는 상황을 우산 삼아 논란의 핵심을 피해가겠다는 눈에 보이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에 따른 대안으로 “안전한 농산물을 우리 스스로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투기자본과 소수의 곡물메이저들이 농단하는 국제 곡물시장의 휘둘림에서 벗어나는 길이고, 이는 바로 식량주권을 내세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외에도 한영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의 ‘식량위기의 시대 한국 농업의 현실’이란 주제가 발표됐으며 토론도 이어졌다.
〈최병근 기자〉